"올해 비넥스포 아시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중국 와인의 완성도였습니다. 그동안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평가를 받던 중국 와인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중국산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2026 비넥스포아시아 중국 와인관 전경. /비넥스포지엄 제공

로돌프 라메즈 비넥스포지엄 대표는 지난달 29일 홍콩에서 열린 주류박람회 '비넥스포 아시아'를 기념해 조선비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국 와인의 수준이 이제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와인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온 중국 와인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넘어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중국 와인은 최근 국제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3년엔 베를린 와인 그랑프리에서 금메달 3개를 수상한 것을 비롯해 60개가 넘는 국제 와인 대회에서 수상 실적을 쌓았다. 중국 와인만을 대상으로 한 '2026 윈 시그니처 차이니즈 와인 어워즈(WSCWA)'에서도 심사위원과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이 이어졌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한 소믈리에는 "20년 전과 비교하면 환골탈태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와이너리들은 비넥스포 아시아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VIP 라운지 시음 와인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의 와인을 선보였다. 닝샤의 성장세를 상징하는 와이너리로 대표되는 '시거 에스테이트(Xige Estate)'부터 프랑스 명품 그룹 LVMH가 2013년 선보인 중국 최고급 와인 브랜드 '아오 윤'까지 제공됐다.

현장에서는 블라인드 테이스팅도 수차례 진행됐다. 특히 일부 중국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와인과 비교 시음하는 자리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의 한 소믈리에는 "보르도 와인과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중국 와인이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중국 와인 산업은 지난 20여 년간 정부와 민간 자본의 대규모 투자, 해외 양조 전문가 영입, 포도 재배 기술 고도화 등을 바탕으로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려 왔다.

특히 중국 와인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닝샤(寧夏) 허란산(賀蘭山) 동쪽 지역은 오늘날 중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 산지로 평가받는다. 해발 1000m 안팎의 고도와 큰 일교차, 풍부한 일조량, 건조한 기후를 갖춰 카베르네 소비뇽 등 고급 품종 재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프랑스 보르도와는 전혀 다른 조건이지만, 오히려 병해충 발생이 적고 포도 품질 관리가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닝샤를 전략적으로 육성했고, 해외 와인메이커와 컨설턴트를 대거 유치하며 산업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는 수백 개의 와이너리가 들어서 있으며, 국제 와인대회 수상작 상당수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닝샤 외에도 신장(新疆)은 넓은 토지와 건조한 기후를 바탕으로 대규모 포도 재배가 이뤄지고 있으며, 산둥(山東)은 중국 와인 산업의 발상지로 꼽힌다. 허베이(河北)는 수도권 시장과의 접근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해발 2000m 안팎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윈난(雲南) 와인이 독특한 테루아를 앞세워 주목받고 있다. 주요 산지를 중심으로 생산 체계가 고도화되면서 중국 와인은 국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동원와인플러스는 지난해 중국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 실버 하이츠(Silver Heights)를 국내에 들여왔다. 동원와인플러스 관계자는 "중식 디너 자리에서 국내 중식당들이 중국 와인을 판매한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 계기였다"며 "현지를 방문해 시음해 보니 예상보다 훨씬 높은 품질에 놀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영FBC가 중국 최대 와인 기업 가운데 하나인 장위(Changyu) 와인을 GS25를 통해 판매하는 등 유통 채널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중국 와인이 호기심 차원의 상품으로 소비됐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시장성을 검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는 품질과 별개로 '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가 프리미엄 와인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미국·호주 등 전통 와인 생산국에 대한 소비자 신뢰와 달리, 중국산 와인에는 여전히 공산품 중심의 제조업 국가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로돌프 라메즈 대표 역시 "현재 중국 와인의 품질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산지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리미엄 와인은 단순히 맛만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생산 지역의 역사와 문화, 브랜드 스토리, 희소성 등이 함께 소비된다. 특히 선물 수요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는 원산지에 대한 인식이 구매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보르도나 부르고뉴가 수백 년 동안 쌓아온 명성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며 "중국 와인은 이제 품질 경쟁을 넘어 브랜드와 스토리 경쟁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