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1층이랑 2층엔 병원이랑 세탁소, 다이소도 있고 다른 물건을 사러 오기도 편해서 자주 이용했다."
5일 오전 11시 서울 중랑구 홈플러스 신내점 지하 1층 식품매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만난 인근 주민 박향남(71)씨는 "이젠 옆 동네 이마트(묵동점)나 홈플러스 상봉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매장 입구엔 '임대매장 정상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정작 신선식품 코너가 있는 지하 1층은 불이 꺼진 채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신내점은 홈플러스가 최근 폐점을 결정한 전국 37개 점포 중 한 곳이다. 앞서 지난달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인가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37개 점포를 영업 중단했지만, 전날 이 점포들을 모두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매장은 전국 67개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신내점 1층과 2층엔 임대매장만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미 폐업하고 문을 닫은 매장이거나 이달까지만 운영하고 철수를 준비하는 곳이 많았다. 세탁 입점 매장엔 '6월부터 세탁물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생활가전·소품 매장 점주는 "이달까지만 운영하고 다른 도시로 매장을 옮길 계획"이라며 "재고 정리를 위해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같은 층에서 정상 영업 중인 다이소 측은 "향후 계획은 정해진 바 없고, 상황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폐업 결정되지 않은 점포도 상품 부족
이는 폐점이 결정된 점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매장에서도 상품 수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매장 곳곳엔 상품 부족 현상을 메우기 위해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배치해놓고 있었다. 음료 진열대엔 소비자 눈에 보이는 앞줄에만 제품이 놓여 있었고, 뒤쪽엔 아무 재고도 없었다. 치즈를 판매하는 냉동 진열대엔 PB 텀블러가 있었고, 정육 상품이 있어야 할 공간엔 도마와 칼이 진열돼 있었다.
주부 최은수(35)씨는 "달걀값이 너무 비싸서 홈플러스 할인 전단지를 보고 장을 보러 왔는데, 달걀이 있어야 할 코너엔 프라이팬만 있었다"며 "점원에게 물어보니까 달걀은 오전에 팔 만큼만 소량으로 들어오고, 오후에 오면 없다고 했다. 물건이 없을 순 있지만 전혀 상관없는 제품이 진열돼 있어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홈플러스 직원 김모(59)씨는 "고객들이 찾는 물건이 없을 때 '거기 없으면 없다'고 말씀드린다"며 "남은 재고를 모두 판 상태여도 납품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서구 홈플러스 인근 아파트 주민 양모(33)씨는 "급하게 반찬거리를 사러 갈 때가 아니면 아무리 가까워도 잘 안 가게 된다"며 "수급이 잘 안 되는지 신선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PB 제품 비중이 높아 찾는 물건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지금 영업 중인 곳도 조만간 폐점 수순을 밟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현재 상품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남은 점포에 대한 공급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상품 수급에 문제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37개 점포 영업 중단 당시부터 남은 67개 점포에 상품을 집중 공급해 주요 점포의 매출 하락과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대도 곳곳 비어
매각 추진 중인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이날 찾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서울 종로구 매장과 서대문구 매장엔 모두 '6월 정상화 안내'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매장 내부 곳곳엔 상품이 없는 빈 진열대에 '매진'이라고 적힌 가격표만 있었다.
이 매장 직원들은 "6월 정상화 운영을 위해 향후 입고될 상품 배치 방안을 논의하는 등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언제 재고가 들어올지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앞두고 납품업체에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 이후 상품 공급을 재개하고 빈 매대를 채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인 7월 3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 익스프레스를 제외한 대형마트·온라인·본사 등 잔존사업부문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추진하고 있지만, 회생계획안 이행에 필요한 운영자금 확보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언제든 구매할 수 있다는 신뢰가 중요한 업태"라며 "상품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남은 점포에서 상품 공급을 정상화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회생의 핵심 변수"라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점포 폐점 자체보다 중요한 건 남은 점포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납품·협력업체 불안으로 상품 공급 차질이 이어지고, 고객들이 다른 마트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회생 작업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