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웨어 브랜드 블루엘리펀트와 디자인 표절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젠틀몬스터가 채소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신제품 라인업 '베지(Veggie) 컬렉션'을 앞세워 다시 한번 브랜드 세계관 확장에 나섰다. 제품뿐 아니라 매장 공간과 오브제, 캐릭터까지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어온 젠틀몬스터가 법적 분쟁 국면 속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미학과 공간 경험을 앞세워 차별화 행보를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젠틀몬스터가 오는 5일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신규 라인업 '베지 컬렉션' 제품들. /정재훤 기자

젠틀몬스터는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하우스 노웨어 서울 1층에서 2026 '베지 컬렉션(Veggie Collection)' 출시 기념 프리오픈 행사를 열었다. 베지 컬렉션은 일상적인 소재인 채소를 재해석한 아이웨어 제품군이다. 토마토를 비롯한 채소 10종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인 형태와 디테일, 색상을 디자인에 담아내면서 휴대성이 높은 접이식 구조를 적용했다.

젠틀몬스터는 베지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채소밭과 농장 풍경을 구현한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도 선보였다. 공간 곳곳에는 젠틀몬스터가 재해석한 채소 인형과 아이웨어 제품이 배치됐다. 단순히 안경을 구매하는 경험보다, 브랜드가 만들어낸 낯선 장면을 체험하는 경험을 앞세운 방식이다.

이번 팝업이 열리는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성수동에 조성한 복합 리테일 공간이다. 젠틀몬스터를 비롯해 향 브랜드 탬버린즈,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등 아이아이컴바인드 계열 브랜드가 함께 입점해 있다.

젠틀몬스터는 특히 매장을 일종의 전시 공간처럼 구성하고, 제품과 조형물, 동선을 하나의 장면으로 엮는 실험적 브랜드 전략을 이어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젠틀몬스터는 오는 5일부터 성수동 하우스 노웨어를 비롯해 상하이, 베이징, 도쿄, 방콕, 뉴욕 등 전 세계 주요 6개 도시에도 팝업 스토어를 동시에 열 계획이다.

이번 신제품 공개는 국내 아이웨어 업계의 디자인 모방 공방이 격화하는 국면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블루엘리펀트가 자사 아이웨어 제품과 오프라인 매장 공간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블루엘리펀트의 안경 프레임 다수가 젠틀몬스터 제품과 유사하고, 2021년 문을 연 젠틀몬스터 상하이 매장과 블루엘리펀트 명동 매장의 조형물 형태·배치 등 공간 연출 방식도 닮았다는 주장이다.

관련 형사 재판도 진행 중이다. 블루엘리펀트 전 대표 A씨는 2023년 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젠틀몬스터의 선글라스 등 인기 상품을 모방한 제품 51종, 총 32만1000여점을 판매해 판매가 기준 123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4월 열린 첫 공판에서 A씨 측은 공소 사실을 부인하며 "고소인 회사 제품도 선행 제품과 유사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젠틀몬스터 제품이 통상적인 안경 형태와 구별되는 상품 형태를 갖췄다고 반박했다.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하우스 노웨어 서울 1층에서 열린 젠틀몬스터의 2026 '베지 컬렉션(Veggie Collection)' 팝업 스토어 전경. /정재훤 기자

최근에는 파우치 디자인을 둘러싼 특허심판원 판단도 나왔다. 특허심판원은 지난달 아이아이컴바인드가 블루엘리펀트 측을 상대로 제기한 안경 파우치 디자인 등록 무효 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젠틀몬스터 측은 블루엘리펀트가 2023년 등록한 파우치 디자인이 2021년 공개한 자사 파우치와 유사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허심판원도 해당 등록 디자인의 신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다만 블루엘리펀트 측은 디자인 모방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블루엘리펀트 측은 "특허심판원의 심판 결과는 등록된 디자인의 특허를 무효화 하는 것으로, 특정 제품을 모방했다는 주장과는 관련이 없다"며 "향후 심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이후 특허법원에 정식 항소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경민 블루엘리펀트 대표는 지난달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패션 업계에서 트렌드와 레퍼런스를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참고했다는 사실 자체와 법적 위반 여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또 "아이웨어는 구조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구현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며 "기존 디자인을 참고해 제품이 만들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