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한 가운데, 유통·식품·주류업계가 지방정부의 생활경제 정책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유통·식품업계에 영향을 줄 만한 공약은 수도권과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과 새벽배송 허용, 지역화폐 확대, 공공배달앱, 전통시장 지원, 야간경제 활성화 등이 향후 4년간 유통 채널별 희비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 대형마트 새벽배송 물꼬 트일 듯
4일 유통 업계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여부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가장 먼저 주목하고 있다. 이 사안은 특정 후보가 선거 공약으로 전면에 내건 이슈라기보다는 국회와 지방정부의 제도 변화가 맞물린 현안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대형마트와 SSM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에서 전자상거래 목적의 영업행위를 제외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법이 바뀌면 대형마트는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심야 포장·반출·배송을 할 수 있어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려면 지역 내 이해당사자 협의와 조례 조정이 필요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이나 의무휴업일 조정은 대형마트 업계의 숙원이지만,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반발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를 풀더라도 골목상권 지원책과 함께 묶어 추진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면 신선식품, 냉장·냉동식품, 가정간편식(HMR), 생필품 업체들은 대형마트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도심 점포망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쿠팡, 컬리, SSG닷컴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의 새벽배송 경쟁도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시장 당선자(국민의힘)의 소상공인·야간경제 공약이 유통·외식업계와 맞닿아 있다. 오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소상공인 정책자금 총융자 규모를 기존 2조4200억원에서 3조원으로 확대하고, 실부담금리를 기존 연 1.9~3.1%에서 1.7~2.9%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자영업자 전용 마이너스통장인 '자영업자 안심통장' 한도도 확대하고, 중장년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류·외식업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공약은 '야장' 규제 완화다. 오 당선자는 "'서울 야간경제 상생특구'를 지정해 특구 안에서 도로 점용과 야외 영업 규제를 한시적·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옥외영업 허용 구역과 시간을 조례로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홍대와 을지로 등 주요 상권에서 야외 테이블 영업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외식업장 체류 시간이 늘고 주류 주문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며 "맥주, 하이볼, 와인, 전통주 등 업소용 주류 소비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지역화폐·공공배달앱 확대… 골목상권 소비 진작 기대감
지역화폐 확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민주당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방안으로 지역화폐, 골목상권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사랑상품권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을 제외한 관내 자영업자·소상공인 가맹점에서 주로 사용할 수 있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최대 10%의 구매 할인 또는 포인트 적립 혜택을 줄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자(더불어민주당)가 경기지역화폐 확대와 골목상권 지원을 강조해 왔다.
추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전통시장 AI 기반 서비스 강화, 소상공인 온·오프라인 판로 지원, 맞춤형 정책금융 확대, 로컬 창업 및 벤처·스타트업 성장 기반 확충 등을 소상공인·벤처 공약으로 제시했다.
경기도가 지역화폐와 공공배달앱을 함께 강화할 경우 소비자는 할인 혜택을 배달 주문에 활용할 수 있고, 자영업자는 민간 배달앱보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주문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동네 음식점과 소규모 프랜차이즈에는 긍정적이지만,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민간 플랫폼에는 일부 지역에서 경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선 식품산업 육성 공약도 나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국민의힘)는 선거 과정에서 농업·축산·식품산업 10대 공약을 발표하고 경북을 케이(K)푸드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식품기업 유치와 계약재배 확대, 생산·가공·유통·수출 연계 체계 구축이 골자다. 이원택 전북도지사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새만금을 연계한 지역 성장 전략을 내세웠다.
공약은 실제 정책과 예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관건이다. 유통·식품업계는 하반기 지방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조례 개정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되는 시점부터 이번 지방선거의 영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선거 공약이 곧바로 업계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 예산과 조례에 반영되면 판매 채널별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수 있다"며 "대형마트 온라인 채널과 지역 상권, 공공배달앱 등 어느 쪽에 정책 지원이 실리는지가 하반기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