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 LG생활건강(051900) 등 국내 케이(K)뷰티 대기업들이 최근 매출에서 광고선전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대폭 늘리며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에이피알(278470), 달바글로벌(483650) 등 신흥 K뷰티 브랜드가 소셜미디어(SNS)와 숏폼 콘텐츠, 글로벌 플랫폼 노출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성공 공식을 정립하자, 대기업들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며 소비자 접점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K뷰티 시장의 경쟁 축이 온라인 노출력과 소비자 반응 확보로 옮겨가면서, 대기업들도 인디 브랜드식 마케팅 전략을 적극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는 1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35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조675억원보다 6.4% 증가했다. 광고선전비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의 3배에 달하면서,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1.6%에서 올해 1분기 13.0%로 1.4%포인트 상승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로 전년 대비 11.7% 늘어난 1148억원을 집행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은 1조5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918억원 대비 6.8% 줄었다.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광고비 집행을 늘리면서,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은 6.1%에서 7.3%로 1.2%포인트 높아졌다.
화장품 대기업들이 광고선전비를 늘리는 배경으로는 인디 뷰티 브랜드가 만들어낸 새로운 성장 공식이 꼽힌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설화수, 헤라, 라네즈, 후, 오휘 등 장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백화점과 면세점, 방문판매 등 전통 판매 채널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왔다. 그러나 K뷰티 시장이 중국 중심에서 북미·일본·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해외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새로 각인시키기 위한 마케팅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삼일Pw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K뷰티 시장은 브랜드 인지도 형성 이후 판매가 확대되는 구조에서 유통 채널과 플랫폼을 통해 수요가 먼저 형성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판매망을 넓히는 방식이 주된 흐름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틱톡, 이커머스, 글로벌 멀티브랜드 플랫폼에서 제품이 먼저 소비자 반응을 얻은 뒤 오프라인 채널로 확산하는 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디 브랜드들은 '고마케팅비' 전략을 성장 공식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에이피알의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는 11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1%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도 17.8%에서 19.7%로 상승했다.
달바글로벌도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로 전년 동기 대비 33.8% 늘어난 229억원을 집행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1138억원에서 1712억원으로 50.5% 증가하면서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은 15.0%에서 13.3%로 소폭 낮아졌다. 다만 달바글로벌은 지난 2년간 전체 매출의 약 23%를 광고선전비로 집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이어온 바 있다.
대기업들도 온라인·숏폼 기반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1월 미쟝센 브랜드의 '퍼펙트세럼'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캠페인 '샤인 유어 신(SHINE YOUR SCENE)'을 진행했다. 걸그룹 에스파(aespa)를 비롯한 인플루언서의 참여를 바탕으로 미국·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 틱톡 챌린지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LG생활건강 역시 최근 브랜드 닥터그루트의 세포라(Sephora) 입점을 계기로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현지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심양규 삼일PwC 연구원은 "최근 K뷰티 시장의 양상은 브랜드 인지도보다 제품 경쟁력과 소비자 반응이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며 "더 이상 개별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온·오프라인 채널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채널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를 흡수하는 산업 구조로 변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