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TV홈쇼핑·T커머스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출수수료 부담 완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실행안이 부족하고, 모바일·라이브커머스 중심으로 급변한 유통 환경에 맞춘 플랫폼 전환 지원책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26년 제12차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방미통위 제공

1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22일 제12차 전체회의에서 '홈쇼핑 상생·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TV홈쇼핑 중소기업 상품 의무 편성 비율 완화와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화면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T커머스 화면 내 데이터 영역 최소 비율을 기존 50%에서 25%로 낮추고, 홈쇼핑사와 IPTV·케이블TV 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분쟁 조정 기능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는 규제 완화 기조 자체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 온 규제들을 정부가 전반적으로 건드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중소기업 편성 의무 완화 등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매출의 30~40% 수준을 유료방송 송출수수료로 지출하고 있어 관련 부담 완화 여부에 민감하다. TV 시청 감소와 소비 둔화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송출수수료는 계속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문제는 수년째 누적된 업계 최대 현안"이라며 "정부가 대가검증협의체 기능 강화와 적극적인 중재 의지를 밝힌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송출수수료 갈등 완화 필요성은 언급됐지만, 실제로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고 어느 수준까지 조정 역할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되지 않은 탓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실제로 정부가 유료방송 사업자와 홈쇼핑사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빠져 있다"며 "현재 송출수수료는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 없이 선언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더 시급한 문제로 '플랫폼 전환'을 꼽는다. TV 기반 홈쇼핑 산업 자체가 구조적 침체 국면에 들어선 만큼 단순 규제 완화나 채널 확대만으로는 소비자를 다시 끌어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유통 소비 중심축은 모바일·숏폼·라이브커머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쿠팡·중국계 플랫폼 등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키우는 가운데 TV홈쇼핑 주 고객층은 50~60대 이상으로 고령화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번 정부 대책에는 디지털 플랫폼 전환이나 라이브커머스 경쟁력 강화와 관련한 지원책은 사실상 포함되지 않았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홈쇼핑 산업은 여러 규제 완화도 시급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 이탈"이라고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홈쇼핑은 방송사업자라는 이유로 심의·광고 규제를 강하게 적용받고 있는데 정작 라이브커머스나 소셜미디어(SNS) 기반 판매 채널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며 "유통 채널 전반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공정한 경쟁 환경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 방안 역시 업계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 홈쇼핑업계는 TV홈쇼핑과 T커머스를 포함해 총 12개 사업자가 17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신규 사업자로는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이 중소기업 중심 채널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인 만큼 신규 채널 신설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TV 기반 구매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채널을 추가한다고 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교수도 "지금도 홈쇼핑 시장은 과포화 상태인데 또 새로운 채널을 만들겠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신규 채널 확대보다 기존 산업을 어떻게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고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지원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