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이 확산하면서, 7년 전 역사 인식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무신사의 위기 대응 방식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무신사가 과거 논란 당시부터 이번 재소환 국면까지 일관된 사과와 후속 조치를 이어온 사실이 부각되는 모습입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2019년 7월 3일 속건성 양말 광고에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사용해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1987년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은폐성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은 것입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무신사는 즉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사과문에서는 "역사의식이 결여된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인정하며, 콘텐츠 검수 과정에서 해당 문구를 걸러내지 못한 점과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이후 무신사는 논란 발생 엿새 만인 2019년 7월 9일 조만호 대표와 사업본부장 3명, 콘텐츠 편집팀장 등이 박종철기념사업회를 찾아 사과하고 후원금을 전달했습니다. 이들은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했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 박 열사의 희생과 6월 민주항쟁의 의미를 되짚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또 같은 달 12일 세 번째 공식 사과문을 내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EBS 소속 한국사 강사 최태성 씨를 초빙해 근현대사와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 교육도 진행했습니다.
당시 무신사의 행보에 박종철기념사업회 측도 "문제 해결 방식이 건강한 것 같고 방문해 준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취지로 사과를 수용했습니다. 무신사는 이후 민감한 마케팅 콘텐츠에 대해 담당 부서 외 여러 조직이 함께 검토하는 다중 검수 체계를 마련했고, 조 대표는 박종철열사기념사업회 회원으로 가입해 현재까지 7년째 개인적으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단기적인 여론 진화용 사과에 그치지 않고, 재발 방지와 역사 인식 개선을 후속 조치로 남긴 것이 새삼 주목받은 셈입니다.
이 7년 전 사건은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를 계기로 다시 소환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스타벅스 논란과 함께 무신사의 2019년 광고 사례를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무신사 입장에서는 이미 사과와 후속 조치를 마친 과거 사안이 다시 여론의 심판대에 오른 셈입니다.
하지만 무신사는 별도 해명이나 반박 대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신사는 지난 20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2019년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조만호·조남성 대표가 서울 관악구 박종철센터를 직접 찾아 사과의 뜻을 전하고, 박종철 열사 관련 사료와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대표는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저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잘못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당시 저희의 무지함과 부족함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다시 한번 더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무신사의 행보를 두고 "정석에 가까운 사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의 사과문은 책임 주체를 흐리거나 "오해를 드렸다"는 식의 표현으로 비판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무신사는 과거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명확히 인정하면서도 당시 어떤 조치를 했는지와 이후 어떤 노력을 이어왔는지를 잘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의 사과문에는 들어가야 할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으면서도 불필요한 감정적 표현이나 변명이 없었다"며 "위기 대응 교본처럼 회자할 만한 내용이라는 평가가 담당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오는 6월 3일 전국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업이 역사적 상처를 부적절하게 소비하는 일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미 7년 전 사과와 후속 조치가 이뤄진 무신사 사례까지 현재 진행형인 스타벅스 사태와 같은 선상에서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특히 무신사의 경우 당시 당사자 격인 박종철기념사업회가 사과를 수용했고, 이후 내부 검수 체계 개선과 역사 교육, 조만호 대표의 지속적인 기념사업회 활동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과거 논란'으로만 소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역사적 아픔을 건드린 기업의 부적절한 마케팅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미 수습된 사안과 현재 벌어진 사안을 구분하지 않으면 기업의 홍보·마케팅 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