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논란이 된 마케팅의 기획·승인 과정과 고의성 여부, 내부 결재 시스템 문제,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의 소통 여부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룹 전체가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신세계그룹 임원들이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규봉(왼쪽부터)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 양종환 감사팀장 상무. /정재훤 기자

신세계그룹은 이날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타벅스코리아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한 내부 진상조사 결과와 후속 대응 방향을 밝혔다. 조사는 지난 일주일간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 부사장,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양종환 감사팀장 상무 등 그룹 관계자 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직원들의 사전 모의 여부, '탱크데이' 네이밍이 5·18을 겨냥한 것인지 여부, 핵심 직원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한 이유, 내부 결재 과정에서 검증 부실, 세월호 참사일로 알려진 4월 16일 마케팅과의 연관성, 선불카드 환불 문제,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반응 등 그간 제기돼 온 의혹과 쟁점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일주일간 구체적으로 어떤 조사를 진행했나.

(양종환 감사팀장) "조사 대상은 임원진 5명, 해당 업무에 관여한 실무진 5명, 결재·합의 라인 5명 등 총 15명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사내 메일, 업무용 노트북, 사내 메신저 등 회사 내에서 사용한 업무 수단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사전 모의가 있었는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 디지털 기반으로 확인했다. 이후 10명 이상을 직접 면담하며 진술 간 정합성과 진실성을 교차 검증했다."

-이번 사태로 5·18 관련 단체와 광주시민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 정용진 회장이 직접 광주를 찾아 사과할 의향이 있나.

(전상진 경영총괄) "향후 적절한 시점에 내려가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현재는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고, 아직 밝히지 못한 부분도 있다. 적정 시점이 되면 그룹 차원에서 광주 현장 방문 등 공개적인 의사 표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용진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에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전상진 경영총괄) "스타벅스코리아 이커머스팀 행사는 계열사 대표이사의 의사 결정으로 확정되는 사안이다. 다만 정용진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은 그룹 회장으로서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상황이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책임지고, 재발 방지 대책과 그룹 전체 직원의 역사 의식 수준 제고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경찰 수사 결과까지 포함해 모든 부분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탱크데이' 네이밍을 제안한 관계자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또 이번 마케팅이 고의성을 가지고 진행됐다는 것은 밝힐 수 없는가.

(양종환 감사팀장) "해당 행사를 기획한 직원은 총 5명이다. 이 중 2명은 본인이 이번 사태와 무관함을 입증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며 휴대폰을 제출했다. 나머지 3명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다. 회사는 5명 전체의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사적 대화 영역에서 사전 모의나 기획이 있었는지를 교차 검증하려 했지만, 2명에 대해서만 포렌식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사전 고의 여부를 모두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사내 메신저에는 해당 직원 5명이 주고받은 대화방이 있었다. 해당 대화방을 분석한 결과 사태 이후 이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이번 사안이 사전에 모의된 것은 아닐 수 있겠다는 추측이 가능했다. 다만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적 대화 영역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 3층 그레이트홀에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스타벅스가 2년 전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일인 4월 16일에 '사이렌 머그잔'을 출시한 사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시 사안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졌나.

(양종환 감사팀장) 사이렌은 스타벅스의 기업 CI다. 사이렌 로고가 들어간 상품은 500여 종 이상 운영되고 있다. 개별 상품에 대한 행사를 개별 날짜에 기획하다 보니 해당 날짜가 4월 16일로 정해진 부분이 있었다. 관련 내용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 참고로 2010년과 2013년에도 4월 16일에 사이렌 관련 행사가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유독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된다는 지적이 있다. 조직 문화를 어떻게 진단하나.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최근 10년간 4월 16일과 5월 18일에 어떤 행사가 진행됐는지 살펴봤다. 스타벅스 행사는 보통 2주 단위로 진행되고, 프로모션도 매주 이뤄지다 보니 날짜별 의미를 크게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역사 의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마케팅 직원들의 연령은 20대 초반 2명, 30대 후반 3명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역사 인식이 회사나 사회가 느끼는 역사 인식과 동떨어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사태 이후 이들 간 대화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발언이 나왔다. 앞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역사 의식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그룹 전체가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다."

-스타벅스 선불 카드 충전금을 환불하려면 60% 이상 사용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있다. 개선 계획이 있나.

(전상진 경영총괄) "이번 사태 이후 환불 요구와 멤버십 탈퇴 요구가 강하게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선불형 상품권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라 일정 부분을 사용해야 환불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이 부분은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현장 환불 시스템 조정 작업도 필요하다. 조속히 조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추후 발표를 통해 다시 알리겠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부 결재 프로세스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

(전상진 경영총괄) "행사 기획은 총 4단계를 거쳐 대표이사까지 결재가 올라간다. 원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CSR 부서와 법무 부서 등이 검토 과정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분이 배제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커머스팀은 주 단위로 많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케팅 과정에서 매출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날짜나 표현이 갖는 의미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관련자들이 관행적으로 전자 결재를 승인한 부분도 확인됐다. 이 부분을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하고 있다."

-CSR팀에 대해서는 별도 조치가 없나.

(전상진 경영총괄) "조사를 좀 더 진행해야 할 것 같다. 프로세스 개선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정리되는 대로 별도로 발표하겠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알림창. /뉴스1

-일각에서는 일부 직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룹 입장은 무엇인가.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사태가 발생한 당일 저녁 최고 책임자인 손정현 대표와 이커머스팀을 담당하는 임원을 해임 조치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마땅히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다.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을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마케팅 논란이 정치권 정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용진 회장의 과거 발언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룹 입장은 무엇인가.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회장님의 과거 발언은 이번 스타벅스의 부적절한 프로모션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린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스타벅스 미국 본사의 피드백은 없었나.

(전상진 경영총괄) "글로벌 본사도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해외 각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브랜드 가치는 해당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존중하는 데서 비롯된다. 현지 언론에서도 이번 사안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사건 직후부터 직원 조치와 조사 상황 등을 모두 공유하고 있다. 오늘 간담회 역시 본사와 공유하며 진행했다."

-정부 측과 별도 소통은 있었나.

(전상진 경영총괄) "사태 발생 이후 따로 정부와 소통한 적은 없다. 저희도 뉴스와 언론 보도, 대통령의 메시지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 물론 그와 무관하게 이번 마케팅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본사 차원의 조사 또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없나.

(전상진 경영총괄) "미국 본사와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공유하고 있다. 미국 본사도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내부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 프로세스, 절차 개선안에 대해서도 미국 본사와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 본사와 수일 내 공식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다만 귀책 사유에 따른 의무 불이행이 있을 경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현재는 이번 사안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저희 쪽 판단이다. 미국 본사도 이 부분에 대해 아직 문제 제기를 하거나 논의한 바는 없다."

-이번 사태 이후 스타벅스코리아의 매출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전상진 경영총괄) "굉장히 많은 매출 감소가 있다. 다만 그 부분보다 이번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본 모든 분의 치유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