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회장이 26일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스타벅스 '탱크데이'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한 불매 움직임과 비판 여론이 스타벅스와 이마트(139480)를 넘어 별도 운영되는 백화점 등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광주 지역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모회사는 이마트로, 이마트 최대주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지만, 백화점은 그의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맡고 있는 별개의 사업 부문이다. 백화점 부문은 이마트와는 별도 경영을 하고, 계열분리까지 앞뒀지만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하나의 그룹으로 인식되는 만큼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광주 현지법인인 광주신세계(037710)는 정유경 회장 측 계열사로, 정 회장이 총괄하는 이마트 계열 스타벅스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용진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광주 시민, 국민 여러분께 큰 상처를 드리고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은 사건 직후 스타벅스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진행했고, 특정 의도를 가진 마케팅이었는지 여부와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문 발표 직후에도 5·18 단체 등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은 연이어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형식적인 사과와 화합 메시지만 내놨다는 반응으로,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단체는 시민사회 저항과 불매운동은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은 스타벅스가 최근 텀블러 프로모션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하는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 문구를 사용하며 불거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사태를 언급하며 관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스타벅스 불매 움직임이 확산했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스타벅스, 이마트는 물론 신세계백화점 등 그룹 전반에 대한 비판과 불매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미 소비자 이탈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부사장은 이날 스타벅스 선불카드 환불과 멤버십 탈퇴 요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약정이 있는 문제이기에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려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한 매출 감소가 있다"고 덧붙였다.

5·18 3단체가 지난 22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정문 앞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특히 이번 사태는 그룹의 지역 사업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 22일 광주신세계 앞에서 '신세계,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제로 기자회견과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20일에는 국민주권사수광주전남시민연대 관계자들이 광주신세계를 찾아 "신세계가 광주에서 돈 벌고 5·18을 조롱했다"고 비판했다.

향후 이마트가 광주 지역에서 진행하는 대형 개발 사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 계열 신세계프라퍼티는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해 어등산 관광단지에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주 지역 첫 대형 복합쇼핑몰 사업으로, 2030년까지 스타필드 고양보다 큰 규모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백화점 계열사인 광주신세계의 경우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인 '더 그레이트 광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유스퀘어 터미널 일대를 백화점·터미널·호텔·문화시설 등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재편하는 사업으로, 오는 2033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기존 부지 철거를 마치고 후속 인허가 절차를 준비 중인 단계다.

정치권에서는 스타벅스 논란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그룹의 지역 사업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타벅스를 향해 "5·18을 조롱하고 광주를 모욕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적기도 했다.

정용진 회장이 재차 사과에 나선 배경에도 이번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있다. 정용진 회장은 탱크데이 논란이 발생한 18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했고, 이튿날인 19일 서면 입장문을 통해 사과한 바 있다. 정용진 회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 나와 사과한 것은 2024년 3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내부 조사 결과를 통해 해당 임직원들이 특정 목적을 갖고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향후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며, 만약 5·18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관련 임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