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매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롯데지주 차원에서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들의 자금조달계획에 대한 재점검에 나섰다. 롯데렌탈 매각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매각 완료를 전제로 꾸려온 재정 상황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18일 롯데렌탈은 최대 주주 호텔롯데와 주요 주주인 부산롯데호텔이 사모펀드 어피니티와 롯데렌탈 지분 매각 계약을 해제했다고 정정 공시한 바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 지분 계약 해제와 동시에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들은 자금조달계획에 대한 로드맵을 짚어보고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불허 결정으로 15개월간 끌어온 대형 인수합병(M&A)이 백지로 돌아가게 된 데 따른 조치다.
그간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매각으로 1조원가량의 자금이 들어올 것을 전제로 곳간 관리를 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호텔롯데의 유동부채는 5조4466억원이고 이 중 단기차입금은 3조5228억원 수준이다. 현금성 자산 성격의 자금은 1조1029억원 수준에 그친다. 그간 호텔롯데가 롯데건설이나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을 감안하면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구성이다.
이 과정에서 호텔롯데는 작년부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충해 왔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연장이 가능한 구조 덕분에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일정 기간에 따라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보통은 조기상환을 염두에 놓고 발행한다.
지난해 12월 호텔롯데가 발행한 1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첫 콜옵션(중도 상환) 기일을 1년 6개월 뒤인 2027년 6월로 잡았다. 통상적으로 5년을 잡는 것을 감안하면 기한이 짧은 편이다. 이 증권의 첫 발행 당시 금리는 연 5.3%였는데, 1년 6개월 뒤인 2027년 6월 금리는 7.3%로 훌쩍 뛰어오른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7%대로 오르기 전에 당연히 중도 상환에 나설 체력이 있다는 자신감이고 이때만 해도 롯데렌탈 매각이 확정적으로 보이던 때"라고 했다.
그 뒤로도 호텔롯데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올해 3월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호텔롯데는 5.793%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콜옵션(조기상환) 기일은 2년 6개월 뒤인 2028년 9월 30일이다.
이 가운데 롯데렌탈 매각이 무위로 돌아가자 최근 롯데그룹은 재무 문제와 관련한 불안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6월 신용평가사의 정기 평가를 앞두고 더 기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롯데그룹 내부적으로 안살림을 챙기고 롯데렌탈의 경쟁력을 부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의도 금융권을 대상으로 재무적 안정성을 강조하는 소통도 과거 대비 늘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고정욱 사장이 지난해 11월 롯데지주 공동대표이사로 임명되고서 재무적으로는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재무전략팀을 만들어 계열사 실적과 자금 상황을 치밀하게 보고 있고 이 팀에서 주도적으로 신용평가사나 투자은행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