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서 레퍼런스를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다만 이것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는지에 대해선 법적으로 다투고 있습니다."(고경민 블루엘리펀트 대표)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성비 젠틀몬스터'로 불렸던 블루엘리펀트가 최근 기업 전문 변호사 출신인 고경민 대표를 선임하고 법리 대응에 나섰습니다. 젠틀몬스터와 유사한 디자인 논란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패션업계의 '레퍼런스 문화' 차원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 3월 지식재산처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와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는 타인의 상품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수입·판매한 블루엘리펀트사 대표 씨 등 3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한 바 있습니다.
블루엘리펀트 측은 선발업체 디자인을 참고하는 행위가 업계 전반에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 대표는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가 상생해야 시장이 커진다"는 메시지도 내놨습니다.
다만 검찰은 이를 단순 참고 수준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최진우 전 블루엘리펀트 대표는 모방 상품을 수입·판매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이 민사를 넘어 형사 사건으로 이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3D 스캔 결과 99% 유사한 제품이 확인됐고, 조직적 모방 정황도 인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블루엘리펀트가 적극 대응 기조로 선회한 배경에는 실적 부담도 거론됩니다. 블루엘리펀트의 지난해 매출은 506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은 74% 감소한 33억원에 그쳤습니다. 재고자산은 174% 늘었고 재고자산회전율은 5.8회에서 2.8회로 떨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논란이 투자 유치 과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레퍼런스'와 '모방'의 경계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루엘리펀트 측은 "시중에서 판매 중인 안경은 대부분 비슷해 젠틀몬스터 로고가 없는 안경을 보고 젠틀몬스터 제품으로 인지하는 경우는 없다"며 "'통상적인 형태'를 갖는 안경의 선행 제품 참조는 위법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블루엘리펀트를 두고 '5분의 1 가격으로 사는 젠틀몬스터'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연상할 정도였다면 단순 참고 수준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소비재 업계에서는 흥행 상품을 참고하는 '레퍼런스 전략'이나 '미투 전략'이 반복돼 왔습니다. 식품업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빙그레와 서주 간 '메로나' 분쟁입니다.
빙그레는 2023년 서주가 자사 메로나와 유사한 포장 디자인을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빙그레는 메로나를 1992년 출시했지만, 서주는 2014년부터 디자인이 유사한 메론바를 판매해 부정경쟁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1심에선 이를 일반적인 디자인으로 판단해 서주가 이겼지만, 서울고등법원 2심에선 오랜 기간 축적한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혼동 가능성을 인정해 빙그레가 승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대법원이 민사 사건에 대한 상고심을 진행한다는 점은, 그만큼 재판부에서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의 갈등과 빙그레와 서주의 갈등의 법적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올지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레퍼런스일까요, 부정경쟁일까요. 지식재산권(IP)으로 대출까지 받는 시대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판단 잣대가 적용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