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뷰티'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여기에 충분히 올라타지 못한 회사가 있습니다. 한때 주당 170만원까지 주가가 올라 '황제주'로 불렸던 LG생활건강(051900) 이야기입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LG생활건강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727억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개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 최근 화장품 업계의 평가입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적자에서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의 매출은 1조5766억원, 영업이익은 1078억원이었습니다. 물론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7.1%, 24.3% 줄어든 수치지만 흑자로 돌아섰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화장품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LG생활건강 내부적으로는 변화가 적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선주 대표 체제의 변화로 해석합니다. 이선주 대표는 로레알 출신의 외부 인사입니다. 처음에는 LG 특유의 대기업 문화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브랜드와 글로벌 전략부터 재정비했습니다.
북미 매출은 늘리고 중국 매출은 줄이려는 전략은 일단 성과를 내는 모습입니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14%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 매출은 35% 늘었습니다. 절대 규모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 프리미엄 두피 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닥터그루트는 틱톡 등 온라인 채널 기반 마케팅에서 성과를 거뒀고, 이제 오프라인 매장 진출에도 힘을 싣고 있습니다. 오는 8월 닥터그루트는 미국 세포라에 입점할 예정입니다.
사내 보고 문화에도 변화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과거 하향식 의사결정이 주를 이뤘던 회사였지만, 최근에는 실무진이 현장의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상향식 의사결정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전성기를 만들었던 차석용 전 부회장 시절의 성공 경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조직문화가 보수적이고 소극적으로 굳어진 측면이 있었다"면서 "뒤를 이었던 이정애 전 대표이사도 이런 분위기를 깨지 못했는데, 이선주 대표가 변화를 조금씩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LG생활건강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낙관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종전 23만원에서 28만원으로 올렸지만,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습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북미 매출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적자를 동반하고 있고, 일본 매출 감소로 해외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며 "여러 브랜드가 신규 국가와 채널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나 실제 소비자 판매가 안정적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성장의 질을 높게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동 전쟁 발 지정학 리스크도 변수로 꼽힙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 여파로 유가가 오를 경우 나프타 기반 포장재 가격과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탓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비용 상승 요인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손익에 반영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손민영 KB증권 연구원은 "나프타 기반의 포장재와 물류비 상승 영향이 손익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수익성 측면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K뷰티를 앞세운 화장품주들이 다시 증시에서 힘을 내는 모습입니다. 황제주의 자리를 내려놓은 LG생활건강이 다시 시장의 기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1일 기준 LG생활건강의 주가는 26만8500원, 시가총액은 4조원대 수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