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여행업계가 가격 방어 중심 프로모션과 테마 상품 등에 집중해 수요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최근 실적 회복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행 심리 위축 우려가 나오면서 업황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뉴스1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의 유류할증료는 지난달 18단계에서 15단계 오른 33단계가 적용됩니다. 이는 2016년 도입 후 최고 수준입니다. 대한항공은 편도 기준 7만5000원에서 최고 56만40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합니다. 지난달 4만200원∼30만3000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아시아나항공도 편도 기준 8만5400원∼47만62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지난달 4만3900원∼25만1900원 대비 2배가량 오른 수치입니다.

중동 전쟁 발발로 지정학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고유가가 지속된 영향입니다. 여행 비용 부담도 급격히 늘어났고 단기간 내로 급격한 부담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여행업계는 가격 부담 최소화를 위한 프로모션을 확대해 버티기 전략에 들어갔습니다. 하나투어(039130)는 유류할증료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 '유류 ZERO' 특집 상품을 내놨습니다. 라이브커머스 하나 LIVE를 활용한 한정 특가로 수요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모두투어(080160)는 유류할증료를 인상하지 않거나 인상 폭이 제한적인 항공사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한 '가격고정' 기획전을 선보였습니다. 앞서 4월 중 예약을 확정한 고객에게 5월 유류할증료 인상분 전액을 투어 마일리지로 보상하는 '유류 보상제'도 운영했습니다. 교원투어는 '최초 예약가 보장' 상품을 통해 예약 이후 유류할증료가 오르더라도 추가 비용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안전장치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출발 전 일정 기간 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항공편 취소 시 발권 수수료를 전액 환불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방식입니다. 일부 여행사는 사전에 확보한 좌석이나 외항사를 활용해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을 최소화한 상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상품은 적자를 감수하고 판매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수익성이 좋은 장거리 노선 수요가 줄어드는 점은 큰 부담 요인"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유류할증료가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큰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 예약은 주춤한 반면, 일본·중국·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 신규 예약은 소폭 감소했지만 여행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부담이 적은 단거리 노선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은 '직관 투어' 등 경험형 상품으로 새로운 수요 창출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유럽 프로 축구, MLB(미국프로야구)·NBA(미국프로농구) 관람, 국제 스포츠 이벤트 연계 상품 등 팬덤 기반 고부가가치 상품을 확대해 팬덤층 공략에 나선 것입니다.

업황이 개선되던 여행업계는 당분간은 실적 방어에 주력하는 버티기 모두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영업이익 57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13.2% 증가했습니다. 모두투어도 영업이익 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늘었습니다. 노랑풍선(104620)은 영업이익 2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영업손실 65억에서 흑자 전환했습니다. 올해는 유류할증료 부담과 수요 둔화가 겹치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 출장 등 B2B(기업 간 거래) 수요 감소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장거리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시점인데, 유류할증료 부담으로 예약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프로모션 등으로 수요 감소를 막으면서 향후 유류할증료 발표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