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9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을 포함한 3대 백화점이 올 한 해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영업이익 전망치도 날로 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밀고 내국인 소비가 끌면서 '오랜만에 만선(滿船)' 수준의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롯데쇼핑·현대백화점(069960)·신세계 등 백화점 사업을 하는 3개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1조703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전년도 영업이익 1조4049억원 대비 21.26% 증가한 수치입니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커지자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올 들어 신세계(004170)롯데쇼핑(023530), 현대백화점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50%가 넘습니다.

올 한 해 백화점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이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은 한국 관광을 시작한 외국인 소비자들 덕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명이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이 있었던 3월 외국인 관광객은 206만명에 육박했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여행지로 고르고 찾는 외국인 자체가 늘었다"면서 "관광 한국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면서(원화 가치 하락) 백화점 쇼핑의 문턱이 외국인에게 낮아진 것도 큰 이유입니다. 백화점 3개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백화점에서 많이 구매하는 물품은 명품, 캐이(K)뷰티, K패션 순입니다. 백화점 관계자는 "특정 제품은 손쉽게 국내에서 구할 수 있고, 면세 혜택까지 감안하면 가격도 나쁘지 않게 살 수 있어서 명품이 가장 잘나가고 있다. K뷰티와 K패션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가장 싸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좋아 잘 팔린다"고 했습니다.

국내 소비도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전망은 증권가 중심이 아닌 백화점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부담스러워진 유류할증료 탓입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고공비행을 이어가자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높이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5월 인천공항에서 미국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 등으로 향하는 대한항공의 왕복 유류할증료는 112만8000원입니다. 이는 중동 전쟁 전인 지난 3월 기준 19만8000원의 5배가 넘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5월 국제선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를 17만800~95만24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는 3월 2만9200~15만7200원과 비교하면 최대 6배 오른 셈입니다.

해외여행 소비가 꺾이면 내수 중심, 그것도 백화점 소비액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과거 코로나19 사태 때 확인됐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초기에는 백화점처럼 대중이 모이는 시설 자체를 사람들이 꺼리면서 매출이 줄었지만, 2021년 이후로는 백화점 매출이 급증했습니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122만명으로 2019년(2692만명) 대비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당시 롯데백화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4%, 신세계백화점 101.6%, 현대백화점 51.2% 증가했습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부담으로 유럽이나 미국 등 장거리 여행을 나서려는 이들이 국내로 눈을 돌리면서 이 자금들이 결국 백화점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상여금 증가도 백화점에 대한 실적 기대치가 올라가는 이유입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기업이 거둔 초과 이익을 어떤 원칙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삼성전자 노조는 전체 영업이익의 15%를, SK하이닉스 노조가 1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주장했고,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1인당 억대 성과급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상여금을 받으면 인근 백화점 매출이 오른다"면서 "역대급 성과급이 백화점에도 과실을 가져와 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증권가 전망도 비슷합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따른 상여금 증가로 소비 여력이 늘었고 인바운드 관광객 매출 급증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했다"며 "중동 지역 전쟁이 길어지며 소비 둔화 우려가 부각되고 있음에도 올해 백화점 산업은 양호한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일부에선 경제 양극화를 이야기하고 대외적으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러거나 저러거나 백화점은 호재가 가득하다는 평가가 안팎으로 나오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