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하이주얼리(럭셔리 주얼리) 매출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서는 전쟁으로 갈 곳을 잃은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일부 흘러 들어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3대 백화점의 3월 하이주얼리 매출 증가율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평균 59.6%를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은 68.3%였고, 현대백화점은 56%, 롯데백화점은 55%였다. 2025년 한 해 동안 3대 백화점에 입점한 하이주얼리 카테고리의 전년 대비 평균 매출 증가율이 3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3월 증가율은 두드러진다.
3대 백화점에서 공통적으로 매출이 많이 증대된 하이주얼리 브랜드는 반클리프 아펠, 까르띠에, 불가리였다. 하이주얼리 브랜드의 귀금속 가격은 300만원부터 수억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입문용 주얼리라고 불리는 귀금속 가격은 300만~700만원 수준이지만, 고가의 귀금속은 보통 수천만원부터 수억원까지 간다. 통상적으로 목걸이를 하나 사려고 해도 1억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유통업계에서는 하이주얼리 판매 증가의 배경으로, 국내적으로는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 요인을, 국외적으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지목하고 있다. 집을 파고 손에 쥔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 구매로 바로 전환하지 않고 대기시키는 과정에서 그 일부가 하이주얼리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에 힘쓰고 있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폐지하고 다주택자 물건을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엔 일시적으로 전입 의무도 종전 4개월보다 유예해 주기로 했다. 다주택자는 가진 집을 차례대로 팔아서 '똘똘한 한 채'의 집을 매수하는 형국이었는데 최근의 정책은 그렇게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주택 매도 금액이 바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지 않고 금융권 대기 자금으로 일단 '파킹'되는 이유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년 전만 하더라도 1주택자의 갈아타기 중심 장세였기 때문에 주택 매도로 손에 들어온 금액은 다시 새집을 사는 데 들어갔는데 최근엔 이런 움직임이 많지 않다"며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은 경기 침체와 맞물려 매수세를 잃은 지 오래됐기 때문에 자금 대부분이 증시 등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증시로 흘러간 자금도 당장 종목 매수로 전환하지 않고 대기하는 분위기다. 중동 전쟁 여파로 미국 증시나 한국 증시의 등락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지난 6일 기준 111조1219억원이었다. 지난 2월 평균 잔액 103조원 대비 7% 정도 늘었다. CMA는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입문용 주얼리보다 5000만원 이상 고가의 주얼리 판매 건수가 작년 3월 대비 크게 늘었다"며 "목돈 중 일부가 금과 희귀 보석이 포함된 주얼리 매수로 들어온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하이주얼리는 희소성이 높은 고가의 보석과 장인의 기술이 집약된 예술품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투자나 소장 목적의 구매가 이뤄지고, 품목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한다. 하이주얼리를 '손톱만 한 부동산'이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금이 붙지 않는 상속 증여의 수단이라는 점까지 감안한 소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