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의 종말, 제로 클릭(Zero Click) 시대…

소비자 대신 인공지능(AI)이 쇼핑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여름 휴가지에서 입기 좋은 원피스'라고 검색하고, 수많은 검색 결과를 일일이 고르는 방식으로 구매했다면, 이제는 "여름 휴가 때 입기 좋은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추천해 줘. 색깔은 하얀색. 길이는 무릎 밑까지 내려오고 소매는 있었으면 좋겠어. 가격은 4만원 이하야"라는 대화체로 물건 몇 가지만 골라서 소개받는 형식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아닌 AI가 쇼핑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에 유통사들이 혼돈과 공포를 느꼈지만 이젠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대화형 챗봇을 선보이고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다.

회계법인 삼정KPMG가 발간한 보고서 "에이전틱 커머스, 쇼핑의 자율주행을 이끌다"에 삽입된 그래픽 일부. /삼정KPMG 제공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이전틱커머스(Agentic Commerce)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유통가의 움직임이 재빨라지고 있다. 에이전틱커머스란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해서 상품 탐색부터 비교·추천, 더 나아가 결제와 주문 실행까지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차세대 쇼핑 방식이다.

에이전틱커머스 시대에는 생성형 엔진 최적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는 생성형 엔진이 소비자를 위한 물건을 잘 고를 수 있도록 환경을 맞춘다는 뜻이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글로벌 리테일 산업 동향 및 트렌드'에 따르면 이미 일부 리테일 기업의 경우 챗GPT를 포함한 인공지능 기반 대화 서비스로부터 유입되는 추천 트래픽이 전체 유입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유통사들은 일단 대화형 챗봇부터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아모레퍼시픽(090430)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5월 소비자 상담용 AI 챗봇으로 '아모레챗'을 선보였다. CJ올리브영도 올해 말 자사 앱에 AI 기반 '대화형 검색'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뷰티업계만의 움직임도 아니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 2일부터 AI 쇼핑 에이전트 '하비(HAVI)'의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사람과 대화하듯 질문하면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고 비교·추천까지 지원해 준다.

유통업계에서는 GEO 작업을 위한 최적화 컨설팅과 이에 따른 작업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AI챗봇을 만드는 것 대비 서너 배 더 공이 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복수의 GEO 최적화 컨설팅사에 따르면 AI챗봇의 큐레이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생성형 엔진이 잘 찾아낼 수 있도록 요건에 맞춘 제품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한 요소는 명확한 두괄식 서술, 표나 리스트 형식의 정보 구조화, 신뢰성 높은 출처가 대표적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추상적인 언어보다는 구체적인 수치와 데이터가 포함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하늘하늘한 원피스라는 서술보다는 '하늘하늘한'의 연관이나 하위 개념에 쉬폰 소재, 린넨 소재, 폴리나일론 혼방 등의 추가 서술어가 붙어야 한다"면서 "그 밖에도 장단점을 명확하게 비교하고 추천 맥락과 근거도 함께 설명해 줘야 AI가 소비자에게 물건을 잘 소개해 준다"고 했다.

GEO 최적화 컨설팅 결과는 좋은 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컨설팅을 수행하고 시스템에 변화를 준 결과 오설록 몰의 지난해 4분기 생성형 AI 기반 유입 트래픽이 전년 대비 6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매 전환율은 725% 늘었다. 이니스프리몰의 유입 트래픽도 366%가량 늘었다.

유통사에서는 당분간 이뤄질 GEO 최적화 과정에서 고용 인력의 성격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려면 기존의 제품 정보 입력방식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한 인터페이스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인력에 대한 재교육도 중요하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가 AI 전환이 늦어지면 앞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거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