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식자재업체 CJ프레시웨이가 최근 온라인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을 운영하는 마켓보로의 지분 27.5%를 추가 인수해 총 55%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습니다. 오프라인 중심이던 식자재 유통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기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쉽게 말하면 온라인 식자재 유통계의 쿠팡이 되겠다는 포부입니다.

CJ프레시웨이의 양산 물류센터./CJ프레시웨이 제공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식자재 유통시장은 약 63조원 규모지만 거래 구조는 여전히 파편화돼 있습니다. 식당들은 각자 거래하던 도매상이나 식자재 마트를 통해 물건을 공급받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거래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가격이나 품질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CJ프레시웨이가 키우려는 '온라인 식자재 오픈마켓'은 이런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동네 도매상이나 기존 거래처가 식자재를 한 번에 챙겨 공급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식당이 온라인에서 여러 공급자의 상품을 직접 비교하고 선택해 주문하는 구조로 바뀌게 됩니다. 유통 구조가 '일괄 공급'에서 '선택·구매'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외식 경기 둔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식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식당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CJ프레시웨이 역시 기존 기업 간 거래(B2B) 중심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관건은 물류입니다. 식자재는 상온·냉장·냉동 상품이 섞여 있고 주문 주기도 일정하지 않아 배송 난도가 높은 분야입니다. 특히 품목별로 배송 시간이 나뉠 경우 식당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한 번에 받는 배송'이 중요합니다.

CJ프레시웨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밀크런' 방식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는 여러 공급업체를 순회하며 물량을 모은 뒤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일본 닛산자동차가 활용해 온 물류 시스템입니다. 닛산은 이런 방식으로 물류 주기를 25%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실제 성패는 운영 역량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배송 동선을 실시간 상황 변수에 맞춰 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토대로 효율적인 운영을 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겸 CJ푸드빌 대표이사. 2024년부터 두 회사를 이끌고 있다./CJ그룹 제공

유통업계 관계자는 "개념 자체는 효율적이지만 식자재 유통은 변수도 많고 난도가 높은 분야"라며 "여러 상품을 한 번에 정확한 시간에 배송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도매상과의 경쟁, 물류비 부담, 플랫폼 간 경쟁도 변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투자는 CJ프레시웨이의 그룹 내 위상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동안 B2B 중심 사업의 특성상 주목도가 낮았지만, 플랫폼 사업이 안착할 경우 CJ올리브영처럼 그룹 내 핵심 성장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의 성패가 향후 CJ프레시웨이의 입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CJ그룹 관계자는 "2024년부터 CJ프레시웨이를 이끌고 있는 이건일 대표의 그룹 내 입지도 사업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푸드빌과 프레시웨이의 움직임이 지난해부터 좋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