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식 문화의 수준이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시아 지역 '미식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선정에 서울 지역 파인다이닝 여섯 곳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는 한국 파인다이닝 중 역대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습니다.
아시아50 베스트 레스토랑은 영국 미디어기업 윌리엄 리드가 2013년부터 만든 시상식입니다. 유럽이나 미국보다 덜 알려진 아시아 레스토랑과 셰프를 발굴하고 아시아 미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개최한 것인데, 미셰린 가이드와 쌍벽을 이루며 글로벌 미식계에서 권위 있는 지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가 4위로 최근 선정됐습니다. 지난해에 밍글스는 10위권 내에 처음으로 이름 올렸는데, 5위였습니다. 한 단계 오른 것입니다. 밍글스는 한국 식문화와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스토랑입니다.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코스 요리를 선보입니다.
올해 1위 자리에 오른 레스토랑은 홍콩의 '더체어맨'이었습니다. 광둥 요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위였던 태국 방콕의 '가간'은 3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밖에 10위권 안에는 홍콩 레스토랑 두 곳, 중국 레스토랑 세 곳, 마카오 레스토랑 한 곳, 태국 레스토랑 세 곳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10위권 내에는 밍글스만 이름을 올렸지만 50위권으로 확대해서 보면 서울 기반 레스토랑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아시아 내 최고의 레스토랑 50곳 중에 이번에 포함된 서울 기반 레스토랑은 6곳이었습니다. 지난해엔 네 곳만 이름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인정받은 레스토랑이 조금 더 늘었습니다.
손종원 셰프가 운영하는 '이타닉가든'도 26위에 올랐습니다. 손종원 셰프의 이타닉가든은 조선팰리스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자연과 공존을 주제로 한 메뉴를 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2023년부터 3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1스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용진 회장이 직접 그룹에 영입했던 미식 블로거 김범수 전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 상무가 손종원 셰프와 정 회장을 연결했고, 그 인연이 계속되면서 손 셰프가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후원사가 CJ그룹에서 풀무원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진 '모수'는 41위를 기록했습니다. 모수는 안성재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프라이빗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운영됩니다. 오픈키친에서 셰프의 조리 과정을 감상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김대천 셰프가 운영하는 채식 기반 파인다이닝 '비움'은 43위를 기록했습니다. 비움에는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운영은 김 셰프가 전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김 셰프가 운영하는 '세븐스도어'도 49위를 기록했습니다. 김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두 곳이나 이름을 올려 이목을 끌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미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데다가 파인다이닝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도 살아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인다이닝이 사업은 일종의 예술로 치부됩니다. 한 끼 식사에 비싼 돈을 매기지만, 고급 식자재를 아낌없이 쓰고 오랜 시간을 들이기 때문입니다. 수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아서 기업이나 기업인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소비층도 두꺼워야 하지만 파인다이닝이 자리 잡을 때까지 믿고 투자해 주는 기업이나 기업인의 후원이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