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오리온의 매출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으로 베트남·러시아·인도 법인이 꼽혔다.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오리온의 매출이 1조원 넘게 증가했는데, 이 중 이들 법인의 매출 비중이 2배 수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과 중국 오리온 법인의 매출 비중은 제자리를 지키거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5년간 오리온의 매출은 1조원 이상 늘었다. 2020년 기준 오리온 매출은 2조2298억원이었는데 지난해 3조3324억원으로, 5년 새 매출이 49.4%(1조1026억원) 늘었다.
눈여겨 볼 점은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 시장 덕분에 매출 증대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5년간 국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 법인의 매출 비중은 2020년이나 2025년이나 34%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리온의 주요 해외 시장이었던 중국 법인의 매출 비중은 49%에서 오히려 39%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베트남·러시아·인도 법인의 매출은 2020년 기준 14%에서 27%로 약 2배가 됐다.
식품업계에서는 오리온의 매출 다변화 전략이 안착한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을 핵심 시장을 정하고 시장 조사와 수출, 투자를 이어왔는데 이제 결실을 수확하는 때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오리온의 해외 시장 진출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식품사들이 내수 성장에 기대 경영을 하던 1993년, 오리온은 베이징 사무소로 중국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당시 오리온 초코파이가 중국 시장에 안착했지만 평가는 박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화교 3세 기업인이라 성공했다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젠 반응이 다르다. 중국을 넘어 신흥국 중심으로 매출이 늘면서 오리온의 해외 시장 공략법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식품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서 성과가 좋다는 삼양식품은 불닭을 넘어선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는 반면, 오리온은 초코파이뿐 아니라 포카칩, 마이구미 등 국내외 기준으로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브랜드가 포진해있다"면서 "오랜 기간 차곡차곡 해외 시장에서 성공 경험을 쌓아온 오리온의 해외 시장 관리 기술(오퍼레이팅)에 대해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오리온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소비자의 선호도를 적극적으로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선호하는 맛, 식감, 식문화 등을 두루 살폈다. 베트남 법인이 자리 잡는 데 이바지한 대표적 제과는 쌀과자 '안(An)'이다. 지난해 기준 쌀과자 안의 매출은 810억원 수준이다. 베트남에서 초코파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주식으로 쌀국수와 밥을 즐기니까 쌀과자도 통한다고 봤다"면서 "2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고, 베트남 사람들이 달콤한 맛에 해산물을 선호한다는 점을 반영해 김맛, 가쓰오부시맛부터 깨맛, 버터구이 옥수수맛까지 다양한 맛을 선보인 점이 시장에서 통했다"고 했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다양한 초코파이를 출시한 것이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러시아인들은 차와 케이크를 즐기는 문화가 강한데, 여기에 라즈베리나 망고 등 잼을 곁들이는 식습관을 세심하게 반영했다. 라즈베리 초코파이, 체리 초코파이, 수박 초코파이 등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러시아에서는 12개 종류의 초코파이를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 법인의 성공 전략도 비슷하다. 종교와 문화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채식용 마시멜로를 사용한 초코파이를 생산해 판매하고, 인도인이 좋아하는 딸기맛, 오렌지맛, 코코넛맛, 망고맛 초코파이를 선보이면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리온이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 가지 상품에 국한됐거나 단기적으로 반짝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