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만명.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방한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유통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는 3대 브랜드는 유통업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올다무가 외국인의 관심 속에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 가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소비 품목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본지는 외국인 소비 동선에 새롭게 편입되는 공간의 특징과 확장 흐름을 짚어보고 차기 올다무로 거론되는 채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中文服务'(중국어 서비스) '台幣OK'(대만달러 OK) '香港·澳門·新加坡歡迎'(홍콩·마카오·싱가포르 환영)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이불 상점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한자가 적힌 간판과 포스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매장 안팎에서는 한국어보다 중국어와 일본어가 더 자주 들렸고, 직원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이불을 꺼내주느라 분주했다.

대부분은 대만이나 홍콩 등 중화권 관광객이었다. 이들은 진열대에 겹겹이 쌓인 이불을 하나씩 만져보며 사이즈와 원단, 가격을 물었다. 비교적 한산한 매장 앞을 지날 때면 직원이 기자에게도 "你要什么被子(니야오션머베이즈, 어떤 이불 찾으세요)"라고 중국어로 말을 건네기도 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침구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불을 고르고 있다. /권유정 기자

몇 년 새 방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광장시장은 먹거리뿐 아니라 한국식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쇼핑 명소가 됐다. 특히 침구 매장이 밀집한 골목은 하나의 상권이자, 독립적인 쇼핑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침구 매장 '아씨방'을 운영하는 송용석씨는 "대만에서 이불을 사러 많이 오고 온라인 구매를 하기도 한다"며 "대만 손님이 없으면 장사를 접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건 기능성 이불이다. 기존에는 보온성이 높은 극세사 이불이나 여름철 체온을 낮춰주는 냉감 소재 이불이 주목받았지만, 요새는 알레르기 케어, 정전기 방지 등 기능이나 용도별로 다양한 제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촉감과 통기성을 강조한 모달이나 면 소재 이불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모달은 섬유 입자가 미세해 촉감이 부드럽고 밀도가 높아 위생 관리에 유리한 소재로 평가된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침구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불을 고르고 있다./권유정 기자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면서 진공 압축 포장 등 맞춤형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매장에서 이불을 압축해 부피를 줄여주면서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외 배송을 지원해, 한쪽에는 국제 배송 라벨이 붙은 채 진공 포장된 이불이 쌓여 있는 매장도 눈에 띄었다.

한국산 이불에 대한 선호는 원산지 인식과도 맞물려 있다. 일부 중화권 젊은 층 사이에선 반중 정서 영향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품질과 신뢰도가 높은 한국산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침구 생산 기반이 크지 않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이 과정에서 한국산 제품이 대안이 됐다는 평가다.

이미 온라인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한국산 이불이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확산한 분위기다. 미국 아마존닷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한국산 이불과 침구류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으면서 북미, 유럽 등 서구권에서도 구매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닷컴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메밀베개 제품 소개글에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마존닷컴 캡처

이불과 더불어 메밀 베개(Buckwheat pillow) 등 기능성 베개 제품도 인기다.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쓰면서 팬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가운데 통기성과 지지력이 좋아 숙면이나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소문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메밀 특유의 고소한 향이 나고, 한국식 자수 패턴이 적용된 디자인이 많다는 점도 외국인들 흥미를 끄는 모습이다. 아마존에서는 해당 패턴을 한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디자인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부피가 일반 베개보다 작아 휴대하기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소창 수건, 이태리(때밀이) 타월, 김장 조끼, 양은냄비 등 한국식 생활용품까지 외국인 관광객들 쇼핑 리스트에 편입되고 있다. 기념품을 넘어 한국인의 일상적인 문화를 경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가격 대비 만족도와 실용성이 높다는 점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기준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골드상사의 한국산 때밀이 타월에는 수천 건에서 많게는 수만 건에 달하는 구매 후기가 달려 있다. 다양한 국적의 소비자들은 '차원이 다른 각질 제거'(game-changing exfoliation) '이걸 왜 이제 알았나 싶다'(Where has this been all my life) 등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