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인공지능(AI) 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은 16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기업 리플렉션AI와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해 250메가와트(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에서 추진되는 데이터센터 중 최대 규모다. 신세계그룹은 데이터센터의 용지 제공과 건설을 담당하고 리플렉션AI는 설계와 운영을 담당한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장소와 시점, 투자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AI를 사업의 한 축으로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유통사들은 AI를 활용해 사업 효율성을 제고하는 정도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AI가 사업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도구이며 이에 따른 변화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AI는 그 자체로 혁신이고 조금씩 개선하겠다는 정도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이르지만 신세계그룹이 AI 데이터 사업에 적극 나섰을 때 나올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당장 신세계그룹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일종의 인프라이기 때문에 이를 빌려주고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임대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세계그룹이 네이버나 쿠팡으로 대변되는 AI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 대적할 만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은 지금까지 네이버나 쿠팡에 비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성장하지 못했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사에 대한 정부 규제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네이버에 비해서는 데이터가, 쿠팡에 비해서는 물류 시스템이 부족한 탓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자리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그룹이 가진 오프라인 거점에 상거래 데이터, 소비자 정보 등을 AI와 결합해 AI 기반의 유통 혁신을 이룰 경우다.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제안하고 선별하고 결제, 배송까지 하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맞춤형 AI 설루션을 제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번에 신세계그룹이 만들려는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비롯해 사용자 맞춤형 AI 설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는 '풀스택 AI 팩토리'다. 풀스택 AI는 AI에 필요한 인프라부터 기술과 소프트웨어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고객사에 AI 가동 서비스와 관련된 인프라를 제공하고 AI 기술료와 운영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건 유통업이 성장 정체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내 점포 수익성을 높이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 등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현재 수준의 대응 등 기존 문법으로는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신세계그룹 상장사 6곳의 2024년 합산 매출은 39조2440억원으로, 2023년(39조4710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신세계그룹 내부적으로는 그간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내걸었던 '이마트 2.0'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본격적으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와도 손을 잡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나열해 보면 모두 본업 경쟁력 강화와 통한다"며 "이마트 2.0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