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이 국내에서 구축한 소위 '올세권'을 북미 등 해외로 확장하는 가운데 입점 규제 사각지대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올리브영, 다이소 등 생활밀착형 체인소매점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첫 실태조사가 추진되면서 대형마트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유통 규제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생활밀착형 체인소매점 확산과 지역 상권 상생 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생활용품·화장품 등을 취급하는 체인형 전문점이 소면적·다점포 형태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는 취지다.
중기중앙회가 언급한 생활밀착형 체인소매점은 사실상 최근 급성장한 올리브영과 다이소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업체 모두 생활용품·화장품·잡화·위생용품 등을 취급하며 올리브영은 전국 1300개, 다이소는 전국 16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가 상품 구성과 가격, 판매 전략을 통제하는 체인망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연구 대상 업태와 유사하다.
특히 올리브영은 전국 단위 출점 전략을 기반으로 국내 H&B(헬스앤뷰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했고,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주요 상권뿐 아니라 주거지 인근까지 매장을 대거 늘리면서 부동산 시장에선 올세권이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올리브영이 있는 상권은 유동 인구가 보장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이처럼 올리브영이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규제 공백을 지목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출점과 영업시간 등에 제약을 받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과 달리 H&B 전문점 형태의 올리브영은 동일한 대기업 계열이지만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은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CJ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CJ그룹 지주사 ㈜CJ가 지분 51%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 경영리더(미래전략그룹장)가 약 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그룹 승계 과정에서 역할을 할 핵심 계열사로 평가된다.
올해부터 올리브영이 웰니스(wellness·건강 관리)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취급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규제 논쟁을 키우는 배경이다. 기존에 올리브영이 화장품 등 뷰티 제품 중심이었다면, 웰니스 전용 매장 올리브베러는 건강기능식품, 간편식이나 수면 제품, 운동용품 등 잡화가 중심이다.
중장기적으로 올리브영은 북미 등 해외 시장까지 진출해 글로벌 H&B 플랫폼으로 안착한다는 목표다. 올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첫 현지 매장을 내고,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필드 등 주요 상권에 순차적으로 출점할 계획이다. 현지 물류센터 구축은 물론 유럽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올리브영을 둘러싼 규제 논쟁을 단순히 '대기업 대 소상공인' 구도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올리브영에 입점한 파트너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탓이다. 올리브영에 대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채널 의존도가 높은 중소 브랜드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다. 이 가운데 올리브영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연 매출 100억원을 넘긴 브랜드는 116개로 2020년(36개)과 비교하면 약 5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브랜드도 6개로 전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은 골목상권과 판매 품목이 크게 겹치지 않는 데다 오히려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구도심이나 노후 상권의 경우 매장 출점 이후 실제 인근 상인들의 반응이 긍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1020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주변 상권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정책 검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생활밀착형 체인소매점과 지역 상권 간의 관계를 상생 및 갈등 요인으로 나눠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유통 환경 변화를 감안해 유통산업발전법 등 제도 적용 기준 검토 시 고려 사항과 정책 접근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