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중소기업 제품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쿠팡이 모회사 쿠팡Inc가 있는 미국 정부와 합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내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대관 위험(리스크)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의회를 일종의 방패로 삼고 있다. 미국 기업 쿠팡이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받지 않게끔 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 시내에 주차된 쿠팡 배송 차량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뉴스1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미국에서 중소기업 대상 로드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카고 ECRM 트레이드쇼를 시작으로 플로리다 데스틴, 댈러스에 이어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엑스포 웨스트, 라스베이거스 프로스퍼 쇼 등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행사 목적은 미국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선별해서 쿠팡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것이다. 쿠팡Inc의 매출 약 90%는 한국 시장에서 나온다. 한국 소비자가 미국 중소기업 제품을 접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내 판매자는 쿠팡의 캘리포니아 물류센터를 활용해 편하게 상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입고만 시키면 쿠팡이 전 과정을 모두 처리하기 때문이다. 냉장이나 냉동 상품을 포함해 모든 카테고리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아마존처럼 쿠팡 내에서 반품 처리도 가능하다.

쿠팡은 성과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알리고 있다.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 비지니스와이어에는 펜실베이니아의 유기농 에너지바 제조사 케이트스 리얼푸드가 쿠팡 플랫폼과 서비스를 활용해 한국에 진출한 이후 판매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는 자료가 올라와 있다. 비지니스와이어는 보도자료 1건당 배포 비용을 받고 언론사 등에 배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유통업계에서는 미국 의회가 쿠팡에 유리한 쪽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실제 사례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적극적인 대관 활동으로 쿠팡에 우호적인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면, 실제로 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게 명분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새 쿠팡은 미국 현지 대관에 집중해 왔다. 미국 연방 상원이 공개하는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8월부터 약 5년간 1075만달러(약 159억2000만원)를 로비 활동에 사용했다.

로비 대상은 입법기관인 연방 상·하원뿐 아니라 미 상무부, 국무부, 농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었다. 로비금액은 2021년 101만달러에서 시작해 2022년 181만달러, 2023년 155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대선이 있던 2024년에는 330만달러로 늘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 통상 현안 협의를 마치고 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김 장관은 쿠팡 투자자들이 제기한 무역법 301조 조사 청원을 놓고서는 "지금 미국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 예단하기 쉽지는 않다"며 "조사 개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뉴스1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따르면 쿠팡은 이를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과 막강한 유대를 쌓아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통상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며 미국산 제품의 수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미국산 제품의 수출 허브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더니 쿠팡 플랫폼에 올라오는 물건 중 대부분이 중국산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며 "굵직한 성공 사례를 하나 발굴해서 알린다면 대관 활동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쿠팡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작년 12월부터 청문회 등을 통해 한국 정부와 쿠팡 간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쿠팡은 미국 상장사로서 투자자 소송 등을 의식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심각성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 개인정보 유출 범위를 용의자가 개인 PC로 다운로드한 개인정보로 한정해 3000건으로 축소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데이터 주권 원칙에 따라 처리하려는 한국 정부와 대립하는 모양새가 자주 연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데이터 주권이란 데이터가 생성된 국가의 법률과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대원칙을 뜻한다. 국가나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고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데,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쿠팡의 사건 축소 시도는 이 권리에 반하는 움직임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쿠팡 영업정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앞으로도 미국 상품의 수출 극대화 사례를 더 적극적으로 알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갈등 실마리가 풀릴 때까지 미국 대관력을 방패로 삼을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선 미국 내 대관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게 명분을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미국 가족기업,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발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1~2곳의 성공 신화만 만들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