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불거진 소위 '탈팡(쿠팡 탈퇴)' 현상이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의 실적과 사용자 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컬리N마트'를 통해 협업을 시작한 네이버와 컬리는 매출과 이용자 수가 모두 늘며 가장 뚜렷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4분기 매출 6290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4억원 늘며 흑자 전환했다.
컬리의 지난해 누적 실적은 매출 2조3671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7.8% 늘었고, 영업이익은 314억원 증가하며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거래액(GMV)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3조5340억원으로 나타났다.
컬리의 거래액 성장률은 작년 4개 분기 연속 10%를 웃돌았다. 특히 쿠팡 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진 4분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16.2% 늘며 최근 3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네이버도 커머스 사업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커머스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1조5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치플랫폼, 핀테크, 콘텐츠, 엔터프라이즈 등 네이버 주요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지난해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누적 매출은 3조68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성장률도 약 10%를 기록했다.
컬리와 네이버는 지난해 9월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컬리 플랫폼이 입점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컬리가 네이버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고객층을 넓히고, 네이버는 약점으로 꼽히던 신선식품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업체의 협업 성과는 실적뿐 아니라 이용자 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쿠팡 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팡 이용자가 대거 유입된 정황이 포착된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네이버의 쇼핑 전문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전달보다 5.9% 늘어난 750만7066명으로 집계됐다. 쿠팡 유출 사고가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MAU는 577만7814명이었는데, 석 달 만에 약 173만명이 늘었다.
반면 쿠팡의 지난달 MAU는 3312만3043명으로 전달보다 0.2% 줄었다. 지난해 11월 쿠팡 MAU는 3439만8407명이었으나,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석 달 사이 약 128만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컬리의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 가입자 수도 늘고 있다. 가입자는 작년 초 100만명에서 증가해 연말 14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쿠팡 정보 유출 사태 직후인 12월에만 20만명 이상 순증했는데, 탈팡 이용자가 대거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2조8103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7% 줄었다. 정보 유출 사태로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고 활성 고객이 줄어든 탓이다.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율을 5~10%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1분기 실적에는 쿠팡이 가입 회원들에게 보상안 형태로 제공한 5만원 상당의 쿠폰 소비액이 반영돼 있어, 수익성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컬리와 네이버를 제외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은 쿠팡 사태 이후 반사이익을 크게 얻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2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12억원 늘어난 265억원을 기록했다. 롯데ON 역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9% 줄어든 31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2억원 줄어든 28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와 네이버는 쿠팡 사태 이전부터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며 대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지만, 다른 업체들은 대응이 다소 늦었다"며 "최근 업계 전반에서 쿠팡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1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