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중도 철수한 인천국제공항 면세 구역에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이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과거 '승자의 저주'로 불린 사업인 만큼 수익성 논란이 재차 제기되지만, 증권가는 완화된 계약 조건에 힘입어 신규 업체의 손익분기점 달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최근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면세점 DF1(향수·화장품) 구역 낙찰자로 롯데면세점을, DF2(주류·담배) 구역 낙찰자로 현대면세점을 각각 선정했다. 사업 기간은 영업 개시일로부터 2033년 6월 30일까지 약 7년이며, 최장 10년까지 계약 갱신 청구가 가능하다.
해당 구역은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지난해 중도 철수한 곳이다. 두 업체는 2023년 입찰에서 DF1·DF2 사업권을 따냈지만, 높은 임대료 부담과 인천공항공사와의 갈등 끝에 각각 작년 9월과 10월 사업권을 반납했다. 계약상 신라는 올해 3월 17일, 신세계는 4월 28일까지 운영 후 철수한다.
앞서 인천공항은 2023년 면세 구역 입찰부터 매달 고정된 임대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공항 이용객 1인당 업체가 입찰 과정에서 제시한 금액을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며 면세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고, 업체들 간 입찰 경쟁도 심화했다. 이에 따라 신라면세점은 객당 임대료로 8987원, 신세계면세점은 9020원을 각각 써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리오프닝 이후 공항 이용객 수는 빠르게 회복된 반면, 면세점 구매객 비율과 객단가는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와 중국 경기 부진 장기화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비 성격의 임대료가 커지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고, 매달 수십억원의 적자를 견디지 못해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해당 구역에 대한 신규 면세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라·신세계 사례처럼 다시 한 번 '승자의 저주'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등 해외 사업자가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됐고, 사업 설명회에 국내 4대 면세점 업체뿐만 아니라 스위스 아볼타(Avolta·옛 듀프리)까지 참석하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입찰에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만 참여하면서 경쟁 강도는 예상보다 낮아졌다. 과거처럼 다수 사업자가 공격적으로 객당 임대료를 써내는 구조가 형성되지 않으면서, 낙찰가 역시 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가능 임대료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번 입찰에서 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가능 객당 임대료는 DF1 5031원, DF2 4994원이었다. 롯데는 DF1에서 5345원, 현대는 DF2에서 5394원을 제시해 각 구역을 낙찰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기존 사업자인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의 낙찰가 대비 각각 40%씩 줄어든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낮아진 임대료를 앞세워 롯데·현대면세점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지난해 임대료는 3300억원 규모로 추산되지만, 롯데·현대의 입찰액을 적용하면 연간 임대료가 19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며 "신규 진입 업체들은 사업 1년 차부터 영업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선되고 있는 면세 업황도 신규 진입 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늘었다. 특히 출국장 면세점 매출은 18.4% 증가했고, 외국인 매출 증가율은 35.3%에 달했다. 면세 업계 전반적으로 방문객 수는 12.6% 늘어난 반면 객단가는 0.3% 감소했다. 아직 구매 단가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유입 인원 확대가 매출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에 낙찰받은 사업권 운영을 통해 연간 6000억원 이상의 매출 신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인천공항공사의 가이드에 맞춰 철저한 인수인계를 진행해 여객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