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화장품 등 유통업계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실적 부진과 소비 침체 영향으로 저평가됐지만 수익성이 점차 회복되며 주주 가치 제고 요구가 커진 탓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조 역시 주주환원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재편과 함께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며 주주환원에 나섰다.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005440)는 중간 지주사인 현대홈쇼핑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중복 상장(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을 해소하기로 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지주사 디스카운트(기업가치 저평가)를 완화한다는 취지다.

여의도 더현대서울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홈쇼핑·그린푸드(현대그린푸드(453340))·한섬·리바트 등 그룹 10개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약 2100억원 규모 자사주는 전부 소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그룹 내 전체 계열사 13곳 모두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게 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백화점·그린푸드, 현대퓨처넷(126560)은 자사주 1400억원어치를 추가 취득해 소각할 방침이다.

신세계(004170)이마트(139480)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며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는 주당 배당금을 전년대비 16% 인상한 5200원으로 확정했다. 주주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분기 배당 도입을 검토하고, 올해 안에 자사주 20만주(약 2.1%)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최저 배당 25% 상향 계획에 따라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기존 2000원에서 500원 늘린 2500원으로 책정했다. 또 발행주식 2% 이상에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을 목표로, 지난해 4월 28만주를 소각한 데 이어 올해 28만주를 추가 소각할 계획이다.

그간 유통업계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실적 성장이 제한되면서 주가가 저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익성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주주환원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필요성이 부각되는 추세다. 특히 유통업은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이 많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여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기업들은 배당 성향을 높이거나, 중간배당을 도입하는 등 배당 정책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자사주 매입 후 소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내놓는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케이(K)뷰티 대장주로 주목받으며 고성장하고 있는 에이피알(278470)도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자사주 소각과 함께 창사 이래 처음으로 1343억원 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올해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현금흐름 활용과 관련해 "중간배당을 포함해 연 2회 수준의 정기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LG생활건강(051900)은 2024년 25%였던 배당 성향을 지난해 30%로 상향했다. 같은 해 8월에는 168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했다. 남은 자사주는 2027년까지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 지주사 아모레퍼시픽홀딩스(002790)는 지난해 초 약 7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다.

한편, 지난 20일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장사의 주주환원 확대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