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롯데재단 제공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 21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1942년 신 명예회장과 그의 첫 부인인 노순화씨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의장은 신 명예회장이 살뜰히 챙겼던 딸이다. 신 명예회장이 일본으로 떠난 뒤 어머니까지 어린 나이에 여의자 신 의장은 할아버지 손에 맡겨졌다. 열 살이 넘어서야 아버지를 조우할 수 있었다. 신 명예회장은 이를 애틋하게 여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은 그룹 초기 유통 사업 성장 과정에 깊이 관여한 여성 경영인이었다. 1973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2012년 롯데쇼핑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약 40년간 고 신 명예회장과 함께 현장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롯데백화점 설립 당시부터 참여해 영업 담당 이사와 상무, 호텔롯데 부사장, 롯데백화점 총괄부사장, 롯데면세점 사장, 롯데쇼핑 사장을 거쳤다. 2005년 에비뉴엘 명품관 개점을 할 땐 총감독 역할을 하며 롯데백화점의 고급화에 기여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고인 덕에 롯데쇼핑이 우리나라 최초로 면세점을 성공적으로 선보일 수 있었고,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이 업계 최고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특히 면세점 사업은 고인이 주요 경영적 판단에 나섰고 이 점이 성장에 이바지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롯데쇼핑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장학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총괄했다. 남성·장자 위주의 옛날 사고방식이 어쩔 수 없이 강했던 가풍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고인이 사장직을 내려놨던 2012년은 롯데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일기 3년 전이다. 신동주·신동빈 형제 구도가 굳혀지던 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인은 좋은 사업수완을 가진 훌륭한 여성 경영인이었다"고 했다.

그의 첫째 딸인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둘째 딸인 장선윤 호텔롯데 미주전략부문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혜선 이사장은 2023년 롯데장학재단과 롯데삼동복지재단을 맡았다. 장선윤 부문장은 뉴욕 팰리스 호텔 등 호텔롯데 브랜드의 미국 시장 안착에 집중하고 있다.

고인은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처분했다. 지난해 롯데그룹 상장사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지분 매각 배경은 4500억원가량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이었다.

고인의 장례는 장혜선 이사장이 상주를 맡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롯데재단장'으로 3일간 치러진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한남공원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