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성형·피부미용 등 의료 서비스를 한국 여행 일정에 포함하는 '의료 관광'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바운드(방한) 관광객을 연결하는 국내 여행 플랫폼들은 이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여행 플랫폼들은 여행자보험 판매를 위해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자격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행 의료법이 보험업권의 외국인 환자 유치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국내 플랫폼이 규제에 묶인 사이 해외 에이전시와 불법 브로커들가 한국 의료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이리얼트립이 운영하는 뷰뷰(VewVew) 웹사이트에 게시된 외국인 관광객 대상 의료·뷰티 시술 콘텐츠 게시물. /인터넷 캡처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뷰티 전문 서비스 '뷰뷰(VewVew)'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상표를 출원하며 의료·뷰티 정보 제공과 에스테틱 예약 소프트웨어 등을 지정상품으로 등록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시술 정보와 병원 소개 콘텐츠를 게시하는 웹사이트도 열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급증하는 의료관광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의료 소비액은 2조797억원으로 전년(1조2584억원) 대비 65.3%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약 117만명으로 전년(61만명) 대비 1.9배 늘었다. 지난해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방한 관광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큰 폭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업계는 마이리얼트립이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 의료기관에 연결하는 '의료 관광 중개' 형태의 사업을 본격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위법 소지가 있는 탓이다. 의료법 제27조 제4항은 "보험업법 제2조에 따른 보험회사, 상호회사,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는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마이리얼트립은 전업 보험사는 아니지만, 2022년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자격을 취득했다.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은 본업이 따로 있는 회사가 본업과 관련된 보험상품만을 모집하는 대리점을 뜻한다. 통상 여행 플랫폼들은 항공권·투어 결제 과정 여행자 보험, 항공지연 보험 등 소액·단순 보장 보험 상품 가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관련 법과 규제의 취지와 적용 범위를 충분히 검토하면서 가능한 사업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는 단계"라며 "사업 확대 여부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규제 환경과 해석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면서 단계적으로 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이 지난해 8월 서울을 방문해 피부과 시술을 받는 모습. /SNS 캡처

보험업권의 외국인 환자 유치 금지 조항은 지난 2009년 도입됐다. 당시에는 보험 자본이 의료 시장에 직접 개입해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유도하거나 과잉 진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다만 17년이 지난 현재, 해당 규제가 변화한 의료관광 시장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의료 시술을 주된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흐름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이들이 입국 과정에서 널리 사용하는 여행 플랫폼이 신뢰성 높은 의료 중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현행 의료법은 법을 지키면 사업을 못 하고, 사업을 하려면 법을 어겨야 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산업 내부의 음지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료 관광업 규제와 관련해 "보완할 지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항공·숙박과 연계한 의료·뷰티 예약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면 거래액을 높이고, 플랫폼 락인(Lock-in·묶어두기) 효과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광객 입장에서도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 역량을 제공해 병원 선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격차를 줄이고, 관광 일정 조정 역시 효율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플랫폼이 규제에 막힌 사이, 해외 에이전시와 불법 브로커가 한국 병·의원과 외국인 수요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관광 중개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안전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관리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