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코드 쿤스트와 함께한 번개장터의 '새것 아닌 내 것 찾기' 캠페인. /사진 번개장터

'지금 입고 있는 '마뗑킴' 니트부터 집에 있는 냉장고까지, 내가 쓰는 공산품(자동차와 신선 식품 제외) 95%를 번개장터에서 샀다.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내 취향에 딱 맞춘 추천 피드(feed)가 앱에 구현된 덕분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 번개장터 본사에서 만난 최재화 번개장터 공동대표는 자기를 번개장터 '열혈 사용자'라고 소개했다. 구글 코리아에서 유튜브 마케팅을 총괄하다 2020년 번개장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합류해 2022년 대표직에 오른 그는 국내 리커머스(중고 거래) 시장 변화를 최전선에서 목격하고 있다.

2014년 출범한 번개장터는 월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2025년 기준 총거래액(GMV)은 약 1조원으로, 사용자 80%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다. 지역이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타 플랫폼과 달리 번개장터는 중고 거래 전용 네이티브 앱(특정 모바일 운영체제에 최적화된 앱)을 지향한다. 백화점에 한정판 스니커즈 판매장을 열거나, 대형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해 국내 중고 거래 문화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2025년 9월 번개장터가 노들섬에서 연 플리마켓(벼룩시장) 페스티벌은 이틀간 총 7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총거래 건수는 약 2만9000건, 안전 결제 거래액은 약 3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중고 거래 시장은 과거의 '불용품 처분'이나 '절약' 단계를 넘어 내 취향을 찾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리커머스이자, 신상품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경쟁하는 유통의 한 카테고리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대표와 일문일답.

최재화 - 번개장터 대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 전 베인앤드컴퍼니 케이스팀 리더, 전 에이비인베브 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마케팅 디렉터, 전 구글 코리아 국내 유튜브 유저 마케팅 총괄 /사진 번개장터

번개장터에 합류한 지 6년 차다. 그동안 시장은 어떻게 바뀌었나.

"산업의 룰(rule)이 바뀌었다. 초기에는 중고 거래를 단순히 '안 쓰는 물건 싸게 파는 것' 정도로 여겼지만, 이제는 20~30대를 중심으로 소비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들은 중고 거래를 남이 쓰던 것이 아니라, '보물찾기'처럼 내 취향을 발굴하는 과정으로 즐긴다. 우리는 이를 '리커머스 리터러시(recom-merce literacy·중고 거래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표현한다. 물건을 살 때부터 '이걸 나중에 얼마에 되팔 수 있을까'를 고려하는 소비가 자리 잡은 것이다."

리커머스 리터러시가 높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자원 순환의 관점을 갖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캠핑을 즐기던 사람이 요트로 취미를 바꾸기 위해 기존 캠핑 장비를 파는 식이다. 실제로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작가가 번개장터에서 자신의 많은 취미용품을 처분해 요트를 마련하고 세계 대회에 나간 사례가 있다. 내 물건이 제값을 받고 팔린다는 경험이 쌓이면, 소비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지고 더 과감하게 새로운 취향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아직 서구 시장보다 중고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점차 리커머스 리터러시가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많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 그렇듯 '기술'과 '신뢰'를 강조한다.

"중고 거래 시장을 키우려면 모르는 사람과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 간 거래(C2C)에서 나오는 중고 물품은 비정형 데이터가 많은데,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쉽게 물건을 등록하고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명품 등 고가 중고 물품을 과학적으로 검수하기 위해 '코얼리틱스(Coalytics)' 검수 시스템을 개발했다. 2024년에는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는 처음으로 안전 결제 시스템(에스크로)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전 직원 50%를 개발 인력으로 채울 만큼 기술 투자에 집중했다. 기술이 뒷받침된 신뢰가 있어야 시장이 전국구, 나아가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다."

경쟁사로 백화점을 꼽았다.

"번개장터에서 몽클레어 패딩 재킷을 합리적인 가격에 장만한 사람이 백화점이나 아웃렛으로 갈 확률은 낮아진다. 즉, 중고 거래는 신상품 유통 시장을 대체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번개장터는 유튜브나 에어비앤비, 링크드인처럼 전에 없던 마켓 플레이스를 개척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유튜브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만들었듯, 우리는 개인이 취향을 거래하는 새로운 유통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최근 브랜드나 유통사의 시장 진입이 늘어나는 추세는 반갑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 많은 플레이어가 관심을 두고 들어와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

2023년부터 운영 중인 글로벌 몰 '번장 글로벌'의 성과는 어떤가.

"우리는 글로벌 몰을 단순한 상품 수출이 아니라,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으로 보고 있다. 물건을 팔고 싶어 하는 고객에게 두 번째, 세 번째 주인을 빨리 찾아주기 위해 언어 장벽과 배송, 통관 문제 등을 해결해 판매 범주를 해외로 확대했다. 번개장터에 물건을 등록하면,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매할 수 있다.

K-컬처의 인기는 글로벌 몰에도 반영되고 있다. 브라질에 사는 사람이 한국 포크 음악에 빠져 구글에서 검색하다가, 번개장터에 올라온 김광석 LP를 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제니의 공연 영상을 보고 뒤늦게 블랙핑크에 입덕(본격적으로 팬 활동을 시작하는 과정)한 해외 팬이 절판된 블랙핑크 1집 앨범을 찾아 들어오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철 지난 물건이 해외에서는 귀한 '레어템(희귀 아이템)'이 되는, 국경 없는 취향의 거래가 일어나는 셈이다."

수익화 시점은.

"지난해까지는 안전 거래 환경 구축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투자 구간이었다. 최근 들어 사용자가 '안전'과 '편의'라는 가치에 기꺼이 수수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음이 증명되고 있어, 2026년에는 연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아마도 한국에서 리커머스라는 본연의 모델로 수익을 내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2~3년 내 번개장터가 소비자가 당연하게 쇼핑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