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를 대표하는 한샘과 현대리바트가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 실적이 악화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고 신규 분양이 위축된 탓이다. 아울러 고물가로 가구 구매 수요가 줄어들고 소비 트렌드가 새로운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서희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7445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4억원으로 41% 줄었다. 특히 당기순이익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전년도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이익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전반적인 업황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현대리바트도 부진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462억원, 영업이익은 15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7.3%, 34.6% 감소했다. 분기별로 보면 수익성 저하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57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26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양사의 실적 급감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부동산 거래 절벽, 원가 압박, 소비 트렌드 변화 등 세 가지다. 우선 가구 산업은 이사와 신규 분양 물량과 직결된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주택 매매 감소는 가구 교체 수요를 얼어붙게 했다. 건설 경기 부진은 특히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이 높은 사업 부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두 회사 가운데 B2B 의존도가 높은 곳은 현대리바트다. 현대리바트는 매출의 약 80%가 B2B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현대리바트의 B2B 가구(빌트인·사무용 가구 등) 매출은 494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자재 사업 등을 포함한 B2B 사업 매출 역시 5734억원으로 전년보다 13% 줄었다. 건설 경기 둔화가 실적 전반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공급망 측면에서 원가 상승 압박도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목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마진율이 낮아진 것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목재 이용량 2741만㎡ 가운데 수입 목재 비중은 80.4%(2123만㎡)에 달한다. 가구 산업은 수입 목재 의존도가 높고, 목재는 국제 시장에서 공급과 가격 변동성이 큰 원자재로 꼽힌다. 여기에 인건비와 물류비 등 고정비 부담까지 겹치며 비용 압박이 커졌다.

소비 환경 변화도 변수다. '오늘의집' 등 리빙 플랫폼과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소비의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대형 쇼룸 위주의 전통적인 영업 방식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모두 건설 경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와 기업 간 거래(B2C) 매출 비중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리바트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B2C 비중은 20.8%로, 전년 대비 3.1%포인트 상승했다. 현대리바트의 지난해 B2C 가구(가정용 가구·인테리어) 매출은 32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하는 데 그쳤다.

현대리바트 측은 "올해는 수익성 개선과 유통망 체질 개선, 그리고 B2B 신규 프로젝트 확대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빌트인 부문의 원가 개선을 지속하고, 자재 수율 개선 및 수급 다변화 등 전 부문에 걸친 원가 관리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효율성이 낮은 리빙 부진 점포는 축소하는 대신, '집테리어'(인테리어) 우량 유통망을 현재 275개점에서 300개점까지 확대 육성해 고객 접점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샘 역시 B2C 확대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홈퍼니싱 부문에서는 시그니처 수납, 호텔 침대, 학생방, 키즈 등 핵심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프리미엄 부엌 브랜드 '키친바흐'의 리브랜딩을 통해 중고가 제품 중심으로 객단가를 높이고, 수익성 개선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다각화와 비용 효율화로 인한 실적개선은 한계가 있다. 주택 매매가 더 활성화돼야 리모델링, 가구 교체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의미 있는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