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의 글로벌 본사 데커스(Deckers)가 국내 총판사였던 조이웍스와의 계약을 종료하면서 국내 유통 판권이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됐다. 차기 유통사를 둘러싼 패션업계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호카 홈페이지 캡처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랜드월드 등 주요 국내 패션 기업들이 호카 국내 판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닝·애슬레저 시장 성장세와 호카의 높은 수익성이 맞물리면서 캐시카우 브랜드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무신사는 공식적으로 호카 판권 확보 의지를 밝히고 데커스 측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신사는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이 있고 신발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정체성, 무신사트레이딩을 통한 글로벌 브랜드 유통 경험, 오프라인 '무신사 킥스(신발 판매점)' 확장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브랜드 사업 외형 확장 필요성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과거 호카 국내 총판 입찰 경쟁에 참여한 이력이 있고, 데커스의 대표 브랜드인 어그(UGG)를 국내에서 운영하면서 본사와 안정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해 왔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아직 적극적으로 본사와 접촉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랜드월드는 전국 단위 유통망과 대형 매장 운영 경험, 물류 역량을 갖춘 후보로 거론된다. 뉴발란스를 판매 중이지만, 뉴발란스가 국내 시장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뉴발란스와 이랜드월드의 협력은 2030년까지만 이어질 예정이다. 뉴발란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호카 판권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LF도 후보로 거론된다. LF는 기능성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스포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2022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 판권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호카를 통해 스포츠·애슬레저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커스가 한국 법인을 설립해 직접 진출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기존 매장·재고 정리와 유통망 재구축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실행 가능성은 낮다는 반응이다. 조선비즈는 본사에 직진출 가능성을 묻는 이메일을 수차례 보냈지만 답하지 않았다.

호카는 러닝 열풍과 함께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나이키·뉴발란스·아식스·아디다스에 이어 '빅5' 러닝화 브랜드로 떠올랐다. 글로벌 매출은 2025년 회계연도 기준 22억달러(약 3조2200억원)로 전년 대비 23% 이상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조이웍스가 지난 2024년 매출액 82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호카가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성장세를 고려할 때 국내 매출 1000억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발란스도 2008년 이랜드가 국내에 들여왔을 당시 매출 규모가 3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호카도 향후 국내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권 재편이 단순한 유통사 교체를 넘어 국내 러닝·애슬레저 시장 판도와 패션 기업 간 경쟁 구도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애슬레저 인기가 꾸준한 상황이고 호카는 그중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라 누가 판권을 갖느냐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판권을 가지게 되는 유통사의 전략과 브랜드 운영 방식에 따라 호카의 국내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