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13년 만에 대형마트 규제 완화 검토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6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새벽 배송 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골자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에 한해서 영업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게끔 예외 조항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대형마트 3개사가 보유한 400여 개의 전국 점포에서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결국은 새벽배송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쿠팡과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해지고, 소비자 편익(후생)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형마트는 반색하고 있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전망도 많다. 당장 소상공인 단체들이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탓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을 만든 우원식 의원(현 국회의장)이 여전히 을지로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어느 정도 반영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개사가 전국에 보유한 점포는 대략 670곳이다. 새벽배송이 가능한 점포는 이 중 70% 수준인 460곳이다. 쿠팡의 전국 물류 거점은 약 246곳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쿠팡의 대항마가 생기는 셈이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면 신선식품이나 공산품 등 마트에서 취급하는 품목을 앱 등에서 주문하고 다음 날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마트나 쿠팡 등에서 가장 배송이 빠르고 가격이 저렴한 곳을 골라서 구매 활동에 나설 수 있다.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뜻이다. 사실상 반독점 시장이 사라지면서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커질 수 있다.
새벽배송 시장에 참여하는 택배기사 등 노동자들의 후생도 좋아질 수 있다. 새벽배송 시장이 넓어지고 배송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근로자를 찾는 곳이 늘어나면 이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질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경쟁할 수조차 없었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그간은 두 손 두 발이 묶인 채로 쿠팡의 성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난 13년간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심야 영업을 제한받았다. 또 매월 이틀은 의무적으로 쉬어야 했다. 지자체에 따라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휴업 날짜는 주말로 권고됐다.
사실 유통산업발전법은 온라인 쇼핑이 전체 소비의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반시대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찾아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해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졌는데, 규제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대형마트나 자영업자, 골목상권이 모두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형마트가 폐쇄된 이후로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024년 3월에 발표한 '대형마트와 주변 상권간 매출연계효과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0년 롯데마트 서울 도봉점과 구로점이 폐점하자 인근 골목상권의 매출액이 7.5% 감소하고 매출 건수는 8.9% 줄었다.
하지만 실제 규제 완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우원식 새천년민주연합 의원을 필두로 유통산업발전법이 입법됐는데 을지로위원회의 세는 종전보다 더 커진 상황인 탓이다. 당장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 성명서를 내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 단체는 6일 공동 성명서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지켜온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일 제한까지 논의가 나온 것도 아니고 새벽배송만 가능하게 하자는 데에도 벌써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며 "소상공인과 연대가 깊은 을지로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서줄 지 잘 지켜봐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