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정말 쿠팡을 탈퇴했을까. 지난해 11월 말 소비자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자 쿠팡의 데이터 보호 정책 등이 화두로 올라섰고, 데이터 주권 문제로 쿠팡을 탈퇴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높아졌습니다.
이로부터 3개월이 지난 현재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계에서는 완벽한 탈팡(쿠팡을 탈퇴하는 행위)은 없었던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쿠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도의 균열은 일어난 것으로 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실리에 따라 움직일 뿐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시대가 지났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석 달간 쿠팡의 이용자 수나 결제액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인공지능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운영하는 데이터분석 설루션 모바일웍스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12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3485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1월(3442만명)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후 1월에는 3401만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탈팡의 징후라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이 대세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일시로 접속한 인원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한 소비자들이 있을 것이라서 활성사용자수로 탈팡 여부를 가늠하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지표는 쿠팡 와우 멤버십 추이입니다. 쿠팡 멤버십은 로켓배송과 무료반품, 쿠팡플레이 등을 즐길 수 있는 상품입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1400만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쿠팡은 한때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를 공개했지만 2024년 실적 발표부터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성장이 정체된 수준에 달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동종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쿠팡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가 줄어들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가입한 소비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 플랫폼 멤버십을 하나만 가입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통상 월 1만원 이하는 한 가구가 복수 가입이 가능한 영역으로 봅니다. 쿠팡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미미한 변화만 있는 것으로 안다. 탈퇴로 가입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연결고리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평균 결제액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1월 기준 쿠팡의 결제액은 1486억원 수준이었는데 12월에 1400억원대를 기록하더니 1월에는 1392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연말연시 선물 수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제 행위 자체는 줄어든 셈입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쿠팡만 바라보던 소비자들이 의존도를 줄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반사 이익을 얻는 경쟁사도 있습니다. 네이버스토어가 대표적입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이용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1월 신규 설치 수는 93만5507건으로 지난해 12월(78만8119건) 대비 18.7% 증가했습니다. MAU도 같은 기간 629만9629명에서 696만5364명으로 10.6% 늘었습니다.
SSG닷컴도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1년 이상 '쓱배송' 주문 이력이 없다가 주문한 소비자 수는 전년 대비 7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쓱배송 첫 주문 회원 수도 50% 증가했습니다.
G마켓의 올해 1월 거래액은 전달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3년 이후 약 3년 만입니다. 거래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 쿠팡 덕분에 돌아선 셈입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의 대항마 격인 익일 도착 배송서비스 '스타배송'의 전년 대비 거래액은 22% 증가했습니다. 주말에 주문하는 주말 도착 서비스 주문량도 전년보다 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롯데온도 의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컬리는 식재료 중심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이 잦아지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반짝 효과를 누렸던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우리 채널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구호 속에서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던 쿠팡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쿠팡은 전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16만5000여 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추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보 유출자가) 고객 계정 약 3300만개의 기본적인 고객 정보에 접근했으나 이중 약 3000개 계정의 고객 정보만 저장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추가 유출이 확인된 것입니다. 쿠팡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의 실적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이커머스의 흥망성쇠사가 다시 쓰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