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1일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서울 광화문 무료 공연을 앞두고 서울 도심 상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공연일까지 한 달 이상 남았지만, 광화문과 종로·중구 일대를 중심으로 호텔·숙박 예약이 늘었습니다. 이에 유통·관광업계는 글로벌 팬덤의 '체류 소비'를 선점하고자 준비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광화문과 서울시청, 종로·중구 일대 주요 호텔은 3월 21일 BTS 공연일을 전후로 예약이 사실상 마감 단계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호텔 더 플라자의 공연 당일 숙박 예약률은 100%입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토요일 실제 투숙률이 85%였던 것에 비해 15%포인트(p) 높은 수치입니다. 서울시청과 광화문이 내려다볼 수 있다는 특장점 덕분에 공연일이 한 달 반 정도 남았음에도 만실이 된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 인근의 대표 특급호텔인 포시즌스호텔도 공연 당일 만실이고, 광장 코 앞에 있는 코리아나호텔의 공연 당일 예약률은 90%에 달합니다. 같은 날 웨스틴조선호텔의 예약률은 80%를 상회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롯데호텔 서울과 롯데시티호텔 명동도 공연일 예약률이 직전주 대비 20%p 높았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숙박 플랫폼과 항공권 예약에서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여행·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공연 전날과 당일인 3월 20~21일 종로·중구 숙박시설 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0% 급증했습니다. 파라타항공의 3월 중순 일본발(發) 한국행 노선 예약률은 직전 주 대비 10%p 높았고, 이스타항공은 공연일 주간 중국발(發) 한국행 항공편 수요를 평소보다 약 15% 늘렸습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번 객실 예약 급증은 BTS 공연 관람 목적에 집중된 '팬덤형 체류 소비'의 결과"라며 "지방에 살거나 글로벌 팬들은 통상 수 주 전에 항공과 숙박을 먼저 확정한다. 광화문 공연 일정이 공개된 직후부터 BTS 특수가 본격화한 셈"이라고 했습니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선(先) 예약 흐름'을 도심 소비로 연결한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공연이 대규모 무료 행사로 열리는 만큼, 공연 전후 도심 체류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목한 것입니다.
광화문 공연을 중심으로 명동·인사동·서울역·공항으로 이어지는 이동 경로가 뚜렷해지자, 백화점과 면세점은 외국인 대상 할인 행사와 편의시설 강화에 나섰습니다. 롯데백화점은 3월 19~29일 외국인 고객에게 최대 10% 즉시 할인과 추가 상품권을 제공하고, 신세계(004170)백화점은 외국인 전용 멤버십·택스 리펀드(Tax Refund) 키오스크 확대와 함께 전용 라운지 도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케이(K)팝 팬을 겨냥한 식품·패션·뷰티 브랜드 큐레이션을 강화했고, 롯데마트는 K뷰티와 한국 전통 이미지를 활용한 기념 상품군을 늘렸습니다.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광화문·종로 일대 점포를 중심으로 음료와 생수, 컵라면 등 즉시 소비 품목 재고를 확대하는 등 대규모 관광객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외식업계 역시 BTS 특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입니다. 광화문 일대 일부 식당엔 3월 21일 공연을 전후로 단체 대관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평소 주말 영업을 하지 않던 점포들까지 영업 확대를 검토 중입니다. 광화문 광장 근처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김 모(54)씨는 "공연 날짜를 기준으로 재료 발주량을 평소보다 40~50% 늘릴 계획"이라며 "무료 공연인 만큼 유입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워 더 철저히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업계는 이번 BTS 공연을 단발성 이벤트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글로벌 콘텐츠를 계기로 유입된 관광 수요를 도심 상권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비를 이끌고 재방문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죠. 유통업계 관계자는 "BTS 특수는 이미 예고된 이벤트"라며 "이번 광화문 공연은 서울 도심이 글로벌 팬덤의 소비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고 붙잡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원석 한국관광학회 회장(경희대 호텔관광대학 학부장)은 "BTS 광화문 공연은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재방문으로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공연뿐 아니라 음식과 문화, 박물관 등 한국이 가진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경험하게 한다면 관광의 질적 향상과 장기적인 홍보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해 한국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는 상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과도한 바가지 요금 등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