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비싼 생리대" 발언 이후 국내 생리대 제조업계가 너나 할 것 없이 중저가 제품 확대와 신제품 출시 계획을 내놨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짚은 문제의 핵심은 생리대의 '생산 원가'가 아닌 '유통 구조'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번 대응이 근본적인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손민균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나라 등 국내 주요 생리대 제조사 3곳은 최근 중저가 제품군 확대 계획과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해 왔던 중저가 제품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하고, 올해 2분기 중 프리미엄 제품 대비 공급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수퍼롱 오버나이트'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LG유니참은 오는 3월 기존 프리미엄 제품 대비 절반 가격대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깨끗한나라는 중저가 생리대 제품 확대 검토와 함께 상반기 내 부담을 낮춘 가격대의 제품군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해외 생리대보다 우리나라 제품이 40% 가까이 비싸더라"라고 발언한 이후 업계가 꺼내든 '중저가' 카드로 보입니다.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2023 일회용 생리대 가격 및 광고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1개 평균 가격은 해외 제품보다 196.56원(39.55%) 비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간 생리대 업계는 국내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배경으로 엄격한 규제 환경을 들어왔습니다. 생리대는 공산품이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리 대상인 '의약외품'으로 분류됩니다. 생산 시설 신고와 품목별 허가, 정기적인 유해물질 검사 등에 투입되는 고정비 부담이 큰 만큼, 이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유기농·무표백 등 고스펙 제품 선호가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중심의 제품 전략이 굳혀졌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문제 의식은 결이 다릅니다. 최근 중저가 생리대 출시 소식을 들은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재차 생리대 가격 문제를 언급하면서 "생산 원가 문제가 아니라 유통 비용이 너무 비싸다. 보고 자료를 보니, 생리대 가격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해 놀랐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는 농수산물에 국한돼 논의되던 유통 구조 개혁을 생리대 등 생활 필수재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도 드러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생리대 업계의 중저가 제품 확대는 이 대통령의 '비싼 생리대' 문제 제기에 대한 '즉각적인 시그널'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해법의 방향이 다소 엇갈렸다는 평가입니다. 중저가 제품 역시 기존 대형마트·편의점·온라인 채널을 동일하게 거치는 만큼, 입점 수수료와 판촉비, 배송비 등 유통 비용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유통 비용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 한 생리대의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저가 제품의 판촉 경쟁 심화로 유통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거죠.

정부도 생산 방식보다 가격 형성과 유통 구조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생리대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가격 담합 여부와 유통 구조 전반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국세청도 지난 28일 위생용품 제조업체 17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 대상에 시장 점유율 상위 업체 중 가격 담합 의혹이 있거나 '제품 고급화'를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 기업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도 높아지는 압박 수위에 부담을 느끼는 한편, 유통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상황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도 누구나 누려야 하는 월경권에 공감한다. 곧바로 중저가 제품 확대에 나선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면서도 "유통 구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는 이상 같은 문제가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통령 발언의 취지가 유통 구조 개선에 있다면, 단순히 중저가 제품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생리대가 유통 단계에서 과도한 마진이 붙는 건 아닌지 등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 전반을 점검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