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소위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인건비 부담 확대와 고용 축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달 라이더,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인력 등이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유통업 전반의 비용 구조와 인력 운영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는 노무 제공 사실만 확인되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근로자로 인정하는 제도다. 현행법상으로는 근로자가 직접 자신의 노무 제공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해당 제도가 시행될 경우 배달 라이더, 편의점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인력 등 다양한 형태의 종사자들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근로자로 최종 인정되지 않더라도 함께 입법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을 통해 권리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는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확대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편의점·배달·물류·플랫폼 유통 구조상 중소·영세 사업자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장 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달업계에서는 건당 수익이 다른 라이더에게 최저임금을 어떻게 적용할지, 복수 플랫폼에서 일하는 라이더의 사용자성을 어느 회사로 볼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한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산업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며 "법안이 적용되면 배달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근로자 추정제 도입에 따른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인력과 단기 인력 상당수가 유연한 고용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근로자 추정 범위가 확대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가맹점주에게 집중될 수 있다. 특히 본사가 매뉴얼·교육·운영 지침 등을 통해 현장 관여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용자 책임 관련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인건비 부담 확대가 가맹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경우, 심야 영업 축소나 인력 감축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책임 소재가 커지는 것도 우려되지만 가맹점주들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운영 시간대를 줄이거나 비용 부담에 폐점하는 가게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유통업계는 근로자 보호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산업 특성을 반영한 단계적 적용과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5월 입법을 목표로 법 전문가 토론회와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의 장점이 다수의 라이더와 연결된다는 것인데 근로자 추정제 도입으로 고정 비용이 증가하면 라이더 수가 줄고 플랫폼 기업의 장점이 퇴색될 수 있다"며 "노동쟁의 등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