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새벽 배송 금지 여부를 논의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가 공전하는 가운데 쿠팡을 향한 압박이 이어지자,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쿠팡 노동조합(노조)은 택배 사회적 대화가 특정 고용 노동자의 요구에만 집중되면서 현장에서는 노동자 간 갈등, 이른바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3차 택배 사회적 대화 회의를 앞두고, 앞선 1·2차 사회적 합의안에 포함된 사회보험(국민·건강·고용·산재보험)료 부담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쿠팡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의 사회적 대화는 쿠팡친구(직고용 배송 기사)를 배제한 채 한쪽의 요구만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그 결과 현장에서는 두 노동자 집단 간의 갈등, 이른바 노노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 배송 기사는 고용 형태에 따라 두 집단으로 나뉜다.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소속된 직고용 배송 기사 쿠팡친구와, CLS가 위탁 계약을 맺은 택배 대리점 소속 기사인 '퀵플렉스'다. 퀵플렉스는 간접 고용 형태로, 법적으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에 해당한다.
노조가 문제 삼는 건 1·2차 사회적 합의안에 포함된 사회보험료 부담 방식이다. 노조는 "최근 사회적 대화는 새벽 배송 금지 논의에 이어 직고용 쿠팡친구 또한 동일하게 부담하고 있는 사회보험료를 특수고용직에 대해서는 회사가 전액 부담하라는 요구까지 논의되고 있다"며 "이는 법적 기준을 넘어서는 요구이며,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시작된 본래 취지에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는 현재 쿠팡의 과거 택배 1·2차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을지로위원회는 쿠팡이 1·2차 합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제출한 이후, 새벽 배송 금지 여부 등 본론을 다룬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1년 마련된 택배 1·2차 사회적 합의에는 ▲택배 분류 전담 인력 투입 ▲택배 기사 사회보험료 원청 부담 ▲주 60시간·하루 12시간 초과 노동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쟁점은 사회보험료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하느냐는 부분이다.
쿠팡 노조는 사회보험료 부담 논의가 직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직고용 노동자 역시 회사와 함께 부담하고 있는 사회보험료를 특정 고용 형태에 대해서만 법을 넘어선 방식으로 특혜를 제공한다면 현장의 불안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과로와 야간 노동 문제, 노동자 건강권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직고용 인원의 고용 안정을 흔들고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며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이는 문제 해결이 아닌 특정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다른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전가하는 왜곡된 논의에 불과하다"고 했다.
노조는 쿠팡 측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기준, 역차별 없는 업무 환경을 마련하라"며 "직고용 기사들은 악화하는 노동 환경 속에서 평균 두 배 이상 높은 수입 구조와 법과 상식을 넘어선 혜택을 누리는 퀵플렉스의 현실을 보며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이 수년간 적자를 벗어나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직고용 노동자의 피와 땀 덕분"이라며 "회사의 성과와 수익은 직고용에 우선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오히려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와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논의를 특정 고용 형태에 대한 특혜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수 고용직 배송 기사가 사회보험과 안전망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현실을 감안하면, 사회보험료 부담이나 분류 전담 인력 확대 요구는 최소한의 보호 조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