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 약 8개월이 지난 가운데, 홈플러스가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구조 혁신형 회생 계획안'을 놓고 홈플러스의 두 노동조합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일반노조 측은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마트노조 측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구조 혁신형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고 자체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계획안에는 ▲3000억원 규모의 DIP(회생 기업 운영 자금) 대출 추진 ▲향후 3년간 자가 점포 10개 및 익스프레스 사업부 매각 ▲6년간 부실 점포 41개 정리 ▲인력 효율화 등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 방안 등이 담겼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홈플러스 이대로 문 닫게 할 것인가?' 긴급 좌담회에서 "이달 내 긴급 운영 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직원 급여와 상품 대금 지급이 모두 어려워져 회생 절차 자체가 멈출 수 있다"며 "홈플러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가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좌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정재훤 기자

현재 홈플러스는 법정관리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유동성 악화에 따른 파산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자금 사정 악화로 지난달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 등 10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7개 점포의 추가 영업 중단을 예고했다. 직원 급여 역시 제때 지급하지 못해 지난달 급여를 두 차례에 나눠 지급했고, 이달 급여도 지연된 상태다.

홈플러스는 당장 악화한 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달 중 3000억원 규모의 DIP 투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홈플러스는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가 3000억원 중 1000억원을 부담하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1000억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1000억원을 부담하는 형태를 제안한 상태다.

조 대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체납하고 있으며, 오늘이 월급날이지만 직원 월급조차 주지 못해 가족들의 생계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홈플러스 회생은 직원들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법원, 국회, 채권단, 협력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조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이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좌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정재훤 기자

다만 이에 대해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청산형 구조 조정에 단호히 반대한다. 빚으로 망한 회사를 다시 빚으로 살리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안 위원장은 "홈플러스를 살릴 수 있고, 지속 가능한 회사로서 M&A(인수·합병)될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선 열어놓고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현재 MBK는 홈플러스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 위원장은 "홈플러스는 직원이 근무하던 점포가 폐점하면 인근 점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한 지역에 있는 점포가 연달아 폐점하는 사례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결국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의 점포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을 조성해 직원들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홈플러스 이대로 문 닫게 할 것인가?' 긴급 좌담회 참석자들. 김기한(왼쪽부터)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 권재관 재경경제부 경제구조개혁총괄과 과장, 김태희 산업통상부 유통물류과 과장,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소은석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3국 팀장./정재훤 기자

이처럼 회생 계획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마트노조와 달리, 홈플러스 일반노조와 직원 대의 기구 한마음협의회는 이날 홈플러스 측의 회생 계획안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일반노조와 마트노조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지만 마트노조는 삼성물산과 테스코 합작 시절부터 근무해 온 기존 홈플러스(오리지널) 직원들이 주축인 반면, 일반노조는 과거 홈플러스가 인수한 이랜드리테일의 '홈에버(구 까르푸)' 직원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조직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일반노조와 한마음협의회에 소속된 직원은 전체의 87%, 마트노조 가입 직원은 13% 수준이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이종성 홈플러스 일반노조위원장은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시작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홈플러스가 처한 상황은 더 악화하고만 있다"며 "당장 오늘 급여도 나오지 않았고, 보름 후에 나와야 할 설 상여금 지급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개월간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자금 지원을 기대해 왔지만, 법적으로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언제까지 정부의 개입을 기다려야만 하겠느냐. 지금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조속히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DIP로 조달한 3000억원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확보할 3000억원이 유입되면 향후 1년간 홈플러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금이 유입된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