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 주가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 낙폭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이 국내외 규제 리스크를 주시하면서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쿠팡은 사태 수습책의 일환으로 지난 14일부터 보상 쿠폰 지급에 나섰지만, 부정적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쿠팡Inc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0.12달러(0.56%) 하락한 2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정보 유출 공지 직전 거래일(지난해 11월 28일)의 28.2달러와 비교하면 약 2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쿠팡Inc 시가총액(시총)도 10조원 넘게 증발했다. 쿠팡Inc 시총은 작년 11월 28일 기준 약 514억달러(한화 약 75조원)에서 386억달러(약 57조원)로 감소했다. 두 달여 만에 약 18조원 줄어든 셈이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와 달리 쿠팡Inc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글로벌 투자은행(IB)도 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일(현지 시각) 규제 리스크가 상당 기간 주가의 '걸림돌(overhang)'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 국회 청문회와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여론 악화 가능성 등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향후 각종 규제 대응과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한 경영 비용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쿠팡Inc 목표주가를 기존 35달러에서 28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보안 시스템 강화와 이용자 보상안 등을 감안할 경우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 증권법상 제재나 현지 사법 리스크가 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쿠팡Inc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공시했다. 국내에서 정부 협의 없이 조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었는데, 현지 제재 가능성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쿠팡Inc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본격화한 상황이다. 현지 로펌 헤이건스 버먼은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공시 위반과 관리 부실을 문제 삼아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쿠팡 주주들도 이달 7일 위더피플 법률사무소를 통해 미국 법원에 처음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쿠팡의 보상 쿠폰이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부정적 여론에 재차 불을 붙이고 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 회원 3370만명에게 1인당 5만원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용권 금액과 구성을 놓고 '판촉용 쿠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구매 이용권의 유효기간이 3개월밖에 되지 않고, 사용처도 제한되는 등 까다로운 조건 탓에 대부분의 소비자는 '생색 내기' '무늬만 보상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쿠팡이 내부에 배포한 이용권 관련 매뉴얼에 따르면 사용 기한은 2026년 4월 15일까지로, 기간 내 쓰지 않으면 자동 소멸된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선 시민사회단체 135곳이 모여 '쿠팡 쿠폰 이용 거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부는 쿠팡 쿠폰의 자동 적용 방식이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태 후 쿠팡을 탈퇴하는 이른바 '탈팡' 흐름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앱 분석 서비스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지난해 12월 1일 1799만명에서 같은 달 31일 1459만명으로 한 달 만에 약 19%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