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1월 16일 오전 5시 21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애경산업 '2080 치약'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성분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가운데 시중에 2500만개가 유통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애경산업에 관리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동안 정부의 무작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점, 기업이 자체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시험 항목에 트리클로산 검사는 법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의약외품 관리를 더욱 촘촘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수 조치 대상인 2080 치약 제품 6종. /애경산업 제공

16일 애경산업에 따르면 2023년 4월 이후 제조된 일부 2080 치약에 트리클로산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물량은 3100만개로, 애경산업 물류센터에 보관돼 있던 600만개를 제외한 2500만개가 시중에 유통된 상태다. 해당 제품은 중국의 '도미(Domy)'가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수입·판매해 왔다.

애경산업 측은 "2023년 4월 이후 제조된 모든 제품에서 해당 성분의 검출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점 이후부터 일부 제품에서 혼입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재고 물량의 출고를 정지하고 유통 물량 전체에 대한 자발적 회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애경산업은 트리클로산이 혼입된 경위에 대해 도미 측에 확인한 결과, 생산 공정이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아 자재·설비 간 교차 오염 가능성이 있었고, 설비와 배관의 세척·소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세척수 시스템 소독 과정에서 트리클로산을 사용했다는 설명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트리클로산은 항균 효과가 뛰어난 성분으로 과거 구강용품에 널리 사용됐지만,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과 호르몬 변화 등 인체 유해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10월부터 치약 등 구강용품에 해당 성분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난 시점에서 트리클로산이 포함된 제품이 대량 유통된 게 발견된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치약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며 '의약외품 표준제조기준'에 따라 제조돼야 한다. 치약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이 사전에 정해져 있고, 유효성분과 첨가제 등 식약처가 허가한 성분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목록에 트리클로산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성분이 검출된 것은 애경산업의 잘못임은 명백하다.

다만 제품 시험·검사 항목에는 트리클로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 애경산업은 "트리클로산이 법적 점검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매 로트(Lot)별 시험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이 필수로 시험해야 하는 항목에는 성상(색·냄새), 함량(불소 등 주성분), pH(산도), 중금속, 미생물 시험 등이 포함돼 있다. 트리클로산과 같은 보존제나 첨가제는 애초에 배합이 금지된 성분이기 때문에 별도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금지 성분을 검사 항목에 추가하지 않는 이상, 금지 성분이 포함되더라도 이를 사전에 걸러내기 어렵다"며 "트리클로산이 혹시라도 혼입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별도의 검출 시험을 추가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비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는 있으나 문제가 있는 제품을 완벽하게 걸러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국내 유통 치약 30종을 대상으로 트리클로산 함유 여부를 검사했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2080 치약도 합격 판정을 받았다. 앞서 2024년에도 식약처와 관세청이 함께 검사를 진행했는데 당시에도 합격 판정을 받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트리클로산 성분은 치약제에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제조, 수입자는 문제 성분을 투입하거나 혼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의약외품에 대해 국민 관심이나 이슈가 있는 사항에 대한 사전 예방적 안전 검증을 위해 제품별, 성분별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제품 또는 성분 선정 기준은 최근 국내외 안전성 이슈가 있었거나 전년도 생산, 수입실적 등 정보를 고려해 선정하고 있다"고 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 수거 검사 및 원인 조사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금지 성분이 의도치 않게 들어갈 수도 있고, 최근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원료와 소재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기존 시스템만으로는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며 "기업이 당국에 질의하거나 검증을 요청할 수 있는 공식 절차가 더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