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이 '질적 성장 중심으로의 경영 방침 대전환'을 강조하며 주요 계열사 대표진에게 수익성 중심 지표 관리를 주문했다.

이미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 유통 부문에서 '몸집 키우기'보다 '남기는 장사'를 중시해 왔지만, 신 회장의 강한 의지가 더해지며 수익성 개선 작업이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용 절감은 어디까지나 불황기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점포·채널 축소에 따른 시장지배력 약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지주 제공

1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전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기존 매출 중심의 외형 성장이 아닌 수익성 강화와 효율적 투자 중심의 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투하자본이익률)를 원칙으로 삼아 내실을 다질 것을 당부했다.

롯데그룹은 이미 최근 몇 년간 주요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매출은 줄이면서 영업이익 개선에 집중하는 실적 흐름을 보여왔다. 롯데면세점은 작년 1~3분기 매출 2조295억원, 영업이익 4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1%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이는 '다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대폭 줄인 덕이다. 다이궁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한 뒤 중국 본토에 되팔아 차익을 남긴다. 면세점들은 다이궁을 통해 매출 규모를 쉽게 키울 수 있고, 매장 재고를 관리하기 쉬워진다는 이점 때문에 일종의 리베이트인 송객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거래 규모를 대폭 키운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이궁에게 의존해 온 사업 구조가 휘청이자,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그 결과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분기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고,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도 매출보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롯데백화점은 매출 2조3238억원, 영업이익 27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2.9% 늘었다.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주력 점포에 집중한 결과다.

지난해 전국 매출 하위 20개 백화점 중 롯데백화점이 보유한 점포는 15개에 달한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본점, 잠실점, 인천점, 노원점 등 핵심 점포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비효율 점포를 차례대로 정리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4년 6월과 올해 1월 각각 마산점·분당점 폐점을 결정했고, 향후 추가 폐점 가능성도 점쳐진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강도 높은 점포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작년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 3조6586억원, 영업손실 4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4% 감소했으나, 영업손실 규모를 23.4% 줄였다. 고정비 부담이 큰 부실 점포를 철수하고, 수익성이 높은 상권 위주로 힘을 실은 결과다.

세븐일레븐은 2022년 미니스톱을 인수하며 전국 약 2600개 점포를 확보해 국내 업계 3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인수 후 미니스톱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지출이 발생하며 부담이 커졌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최근 몇 년간 점포 수를 줄이며 흑자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매장 전경. /롯데마트 제공

이처럼 유통 계열사 전반에서 매출은 감소하고 수익성은 증가하는 흐름인 반면,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악화하고 있는 롯데마트·슈퍼는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작년 1~3분기 롯데마트·슈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줄어든 3조881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8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로 부임한 차우철 사장은 롯데마트·슈퍼 통합 조직 관리, e그로서리 사업 안정화, 동남아 중심의 글로벌 사업 확장 등으로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목표다. 또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완공 예정인 부산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앞세워 하반기부터 신선식품·배송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를 우선하는 전략이 시장 지배력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주력 사업인 마트와 백화점 부문은 경쟁 관계의 이마트(139480), 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 산업은 고객 접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 공백이 길어지면 경쟁사에 점유율을 내주기 쉽다"며 "체질 개선 작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에 어느 채널·상권에서 다시 투자 강도를 높일지 정교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