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이 15일 롯데월드타워 1층에 위치한 신격호 롯데 창업주 흉상에 헌화하고 있다. /롯데 제공

15일 오후 1시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물 출입구로 검은색 법인 차량들이 속속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롯데 계열사 경영진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낀 채 결연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신동빈 회장 주재로 2026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시작했다. VCM은 롯데 전 계열사가 모여 그룹의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공유하는 회의로 상·하반기에 각각 한 번씩 열린다.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2026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VCM 공동취재단

이날 VCM에는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실장,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신유열 부사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사장은 지난 2023년부터 VCM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VCM에서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가 국내외 경영 환경 변화 및 대응 방향을 발표한다. 노준형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고정욱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올해 그룹 경영 전략과 그룹 재무 전략을 공유한다. 또한 HR(인적 자원)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서정호 롯데웰푸드 대표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2026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VCM 공동취재단

롯데 주요 계열사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011170)은 글로벌 업황 부진 여파로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지주사인 롯데지주와 2대 주주 롯데물산도 연쇄적으로 신용 등급이 하락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백화점과 일부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나, 마트·수퍼 등 오프라인 유통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김덕희 대홍기획 대표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2026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VCM 공동취재단

이번 VCM은 롯데그룹의 대규모 인적 쇄신, 조직 구조 개편 이후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 회장은 회의에 참석한 CEO들에게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경영 방침 및 그룹 중장기 운영 전략을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 2024~2025년 2년간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연말 정기 인사에서는 62개 계열사 중 20곳의 CEO가 교체됐고, 각 사업군을 도맡아 이끌던 부회장단은 전원 용퇴했다. 앞선 2024년 말 인사에서도 CEO 21명이 물러났다.

김홍철 코리아세븐 대표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2026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VCM 공동취재단

또 롯데는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2017년 롯데지주 출범과 함께 9년간 유지해 온 사업총괄(HQ) 체제를 폐지했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의 독립 경영을 강화하고, 핵심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신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 지정학적 리스크, 인구 구조 변화 등 우리가 마주한 올해 경영 환경은 그룹 핵심 사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룹의 질적 성장을 위해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성장과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마츠가 겐이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2026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VCM 공동취재단

이 밖에도 신 회장은 "혁신의 필요성은 이야기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계획과 실행의 간극을 줄여 올해를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해로 만들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VCM에 앞서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실장은 롯데월드타워 1층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 창업주 흉상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서거 6주기(2020년 1월 19일)를 기렸다. 참석자들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내며 그룹을 성장시켰던 신 창업주의 도전 정신과 경영 철학을 되새기며 현재 처한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