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팝', 'K드라마'로 대표되던 'K'의 영향력이 여러 유통산업 분야에서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해외 진출 과정에서 현지화는 필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한국만의 고유한 방식과 감성이 오히려 새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경쟁력이 된 사례들을 조명하고,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K패션, K푸드가 성공을 거두면서 정부는 이들을 전략 수출 산업으로 지정하고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유망 소비재(농수산식품·화장품·패션의류·생활용품·의약품) 수출액은 464억달러(약 67조원)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K트렌드가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정부의 지원과 함께 지속적인 위기 대응과 새로운 콘텐츠 발굴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래픽=손민균

◇ "K패션·뷰티, 정부 지원 강화해야"

올해 1~11월 누적 기준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03억6100만달러(약 14조9500억원)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국 10대 수출 품목에 진입하는 등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현행 국내 법체계가 규제 성격이 강하고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12일 "최근 화장품 업계의 중견·중소기업들, 인디브랜드들이 수출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롱런하는 브랜드가 있을지는 우려된다"며 "국내 화장품 산업은 타 산업에서 비슷한 매출을 내는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연구개발(R&D) 비용이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화장품이 국민 안전·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규제가 강한 편"이라며 "화장품은 제품 이미지가 중요한 산업인데 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국내 화장품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성장을 거둔 측면이 강해 정부의 도움이 부족했다"며 "최근 성장세를 보이자 정부에서도 관심을 두고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K뷰티와 패션은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 /연합뉴스

◇ "K푸드, 공격적인 수출입 전략으로 전환할 때"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11월 K푸드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103억7500만달러(약 15조1464억원)로 집계됐다. 12월 실적까지 반영될 경우 연간 기준으로 기존 최대치였던 106억6300만달러(약 15조5669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단발성 콘텐츠 관련 제품 의존도가 크고 라면 등 가공식품에 치중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식품 관련 규제에 막혀 수출이 어려운 품목이 많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우수상품전시회'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우리 농산물로 만든 전통 음료를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K푸드 하면 과자, 음료수, 간편식 등이 떠오르는데 간편식 식사류에서 고기 함량이 단 1g이라도 들어가면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 수출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예시로 유럽연합(EU)의 경우 가열 처리한 가금류만 수출이 허용되고 소고기·돼지고기는 불가능하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문화는 사실 국물이 있는 탕 문화다. 국물 육수가 고기로 만들어지다 보니 수출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고기가 들어간 제품을 팔기 위해 현지 공장을 짓는 등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문 교수는 이를 정부가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농수산식품 관련 수출입 기본 전략은 우리 식품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 식품도 받지 않겠다는 '방어 전략'이었다"며 "이 전략이 K푸드가 날개를 달려는 시점에 발목을 잡고 있다. 공격 중심의 수출입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식품 제조사뿐 아니라 축산업과 함께 성장해야 K푸드 인기의 지속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역국과의 외교로 규제를 해결해 탕 문화 등까지 수출할 수 있게 되면 K푸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K푸드가 유명세를 타면서 수출이 어려운 품목들을 현지 기업이 만들어 파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을 현지 기업들에 내줄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 "양질의 콘텐츠·적극적인 홍보로 K트렌드 인기 이어가야"

아울러 전문가들은 K트렌드가 드라마, K팝 등의 콘텐츠가 성공을 거둬 생겨난 만큼 양질의 콘텐츠가 계속해서 발굴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연구위원은 "갑작스럽게 큰 인기를 얻으면 익숙해지면서 신선함이 떨어지는 시기가 온다. 그런 부분을 국내 기업들이 계속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국내 기업들은 위기 대응력도 좋고 기획력도 좋다. 테마를 던지고 새롭게 키워드를 제안하면서 사람들이 식상함이나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이슈들을 선점해서 발 빠르게 그 주기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식품이나 뷰티 쪽에서 K브랜드 붐업이 시작됐기 때문에 주변 유사 업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패션 쪽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이제는 'K'를 꼭 메인으로 끌고 가지 않아도 되는 때가 왔다. 오히려 K 제품인지 현지 제품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성능·성분 등으로만 승부하는 등 브랜드와 트렌드가 상생하는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팝업존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뉴스1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드라마 겨울연가부터 이어져 온 한국 드라마 및 BTS로 잘 알려진 K팝 등 콘텐츠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제품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도 높아졌다"며 "특히 최근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가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따라서 구매하는 등 유명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양질의 콘텐츠가 성공을 거두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어 "특히 현재 세계 소비 시장은 기업이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의 영향이 큰 상황인데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려면 브랜드 진정성과 감성적 내러티브, 스토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온라인 홍보와 국제 행사에서 K컬처를 알리는 오프라인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부 부처가 직접 나서서 온·오프라인 홍보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K팝 아이돌 등을 해외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홍보에 활용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스타일의 기획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들과 꾸준한 접점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