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우려 속 소비 양극화가 가속하면서 백화점이 초고액 소비 VIP 고객을 선정하는 기준이 올해도 더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해부터 기존 최고 등급(쟈스민 블랙)보다 더 높은 '쟈스민 시그니처' 등급을 신설했다. 쟈스민 시그니처는 쟈스민 블랙 등급을 받은 소비자 중에서 일부에게만 주는 등급이다. 구매 금액과 내점 일수, 과거 VIP 선정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정되며 개별 안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쟈스민 시그니처 등급으로 선정되면 전용 라운지를 1일 1회 사용할 수 있다. 무료 주차와 발레파킹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데, 쟈스민 시그니처 소비자에 한해서면 차량 2대까지 등록할 수 있다. 쟈스민 시그니처 등급만을 위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기존 최고 등급이었던 쟈스민 블랙은 연간 1억2000만원 이상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것인데 올해부터 1억5000만원 이상으로 기준이 올랐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에비뉴엘 사파이어' 등급을 새로 만들었다. 이는 연간 8000만원 이상~1억2000만원 미만을 소비한 이에게 주는 등급이다. 이는 롯데백화점이 VIP 등급을 블랙, 에메랄드, 사파이어, 퍼플, 오렌지 등 6단계로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롯데백화점은 초고가 소비자 777명만 선발하는 블랙 VIP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되 기존에 1억원 이상 소비한 사람에게 주던 '에비뉴엘 에메랄드' 등급 기준을 소비액 1억2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최근 3년 새 선정 기준에 변화가 많았던 신세계백화점은 VIP 선정 등급 구조와 금액을 올해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서비스 이용에 차등을 둘 계획이다. 지금까지 서비스 라운지에서 제공됐던 음료와 다과의 횟수와 양이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신세계백화점 다과는 기존에도 등급마다 상품이 달랐다. 이 때문에 중고 거래 시장에서 무료로 제공받는 다과만 모아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정 초대 등을 했을 때 손쉽게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일종의 '등급제'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백화점이 VIP 등급 기준을 높인 이유는 소비 양극화에 따라 고액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VIP소비자도 좀 더 세분화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진짜 VIP에게 더 VIP에게 걸맞은 서비스를 해줘야 만족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소비를 할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소비를 하는 소비자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소비자가 이탈하면 점포 실적 달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만족도를 높여서 이탈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VIP 소비자들의 '구별 짓기(La Distinction·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시한 개념) 욕망'을 백화점은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소비 여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같은 시간과 공간을 즐기고 싶다는 욕망이다. 백화점이 등급별로 라운지 공간을 새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늘 따라온 사람이 문제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백화점 VIP 민원 중 일부는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맞느냐'는 것"이라며 "VIP 간에도 차별화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