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석유화학 사업은 범용 제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 스페셜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수소 등 신사업 육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구조적 전환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NCC(나프타분해설비) 통합 재편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 등 구조적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역량을 강화하며 중장기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 NCC 구조 개편 정책에 맞춰 업계에서 가장 먼저 사업 재편에 착수했다. 지난 11월 정부가 제시한 제출 기한보다 한 달 앞서 대산 공장과 HD현대케미칼을 통합하는 내용의 사업재편안을 업계 최초로 제출했다. 사업 재편안에는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고, 양사의 중복 설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12월 19일에는 한화솔루션, DL케미칼과 함께 여수산단 내 중복 설비를 통합 운영하고 생산량을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 재편안을 추가 제출했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사업 축소에 대한 명확한 기조 아래 국내 최대 370만 톤 규모의 NCC 감축 목표 달성에 상당 부분 기여할 계획이며, 향후 채권단 실사에도 성실히 임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과 함께 고부가·친환경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 공장을 설립했다. 올해 10월부터 일부 라인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으로, 연간 50만톤(t) 규모의 국내 최대 단일 컴파운드 생산 시설이다. 모빌리티와 정보기술(IT) 등 핵심 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고기능성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롯데는 그룹 전략과의 연관성이 낮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분야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롯데렌탈 지분 56.2%를 약 1조 6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2월에는 코리아세븐 ATM 사업부와 가동을 중단했던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매각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재무 건전성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는 급변하는 콘텐츠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양사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고객 중심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영화 사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사업 구조 재편과 병행해 바이오를 그룹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관련 투자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2년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플랜트 인수와 신규 건설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2023년에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CDMO 시장에 본격 진입했으며, 기존 BMS 인력을 대부분 승계해 단기간 내 글로벌 CDMO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월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시설을 준공했다.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 1000리터(L) 규모의 접합 반응기를 포함한 통합 생산·정제 라인을 구축했다. 자체 품질관리(QC) 시험과 특성 분석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고객사의 다양한 개발·생산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