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이른바 '셀프 조사' 지적에 대해 "민간 기업과 한국 정부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라고 언급하며 조사가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쿠팡은 전날 청문회에서 협력한 정부 기관이 국가정보원이라고 밝혔지만, 국가정보원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한 바 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이사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연석 청문회에서 동시통역기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저스 임시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국가정보원은 쿠팡에 조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데 쿠팡 측은 어떤 답을 줄 것이냐'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한국 정부는 성공적으로 이 작전을 수행했다. 민간 기업과 정부가 같이 협력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고 답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25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보 유출 피의자인 전 직원을 조사한 결과, 유출자가 탈취한 보안 키를 사용해 3300만 고객 계정의 기본적인 고객 정보에 접근했고, 약 3000개 계정의 고객 정보(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만 실제 저장한 뒤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이 모든 절차가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도 밝혔다. 전날 청문회에서 로저스 임시대표는 '조사를 지시한 정부 부처가 어디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 "해당 기관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가정보원"이라고 답했다.

다만, 국가정보원은 해당 발언에 대해 "명백한 허위"라며 국회에 위증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고발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 쿠팡 청문회가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에 따른 위증죄로 고발해 주시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 측은 앞사 '셀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조사했다는 잘못된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내용은 영문판 자료에서 '거짓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으로 표현됐다.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로저스 대표는 영문 사과문에 쓰인 'false(거짓된)' 표현을 누가 작성했느냐는 질의에 "한국 정부는 성공적인 공동 노력에 대해 왜 이야기 하지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논점에서 벗어난 답변을 했다.

정 의원은 "쿠팡 측은 요청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고, (로저스 대표의) 답변들도 너무 갑갑하다"며 "그럼에도 국회는 할 일을 할 것이다. (로저스 대표를) 고발하고 조치할 것들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