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및 불공정 거래, 노동 환경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한 국회 연석 청문회가 30~31일 이틀간 열린 가운데, 쿠팡은 둘째 날에도 이른바 '셀프 조사' 논란에 대해 "국정원 지시에 따라 협조한 것"이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겸 부총리는 쿠팡의 셀프 조사 발표를 놓고 "굉장히 의도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민관 합동 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 정지 처분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쿠팡은 지난 25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보 유출 피의자인 전 직원을 조사한 결과, 유출자가 탈취한 보안 키를 사용해 3300만 고객 계정의 기본적인 고객 정보에 접근했고, 약 3000개 계정의 고객 정보(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만 실제 저장한 뒤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는 것이다.
전날 쿠팡은 이 모든 절차가 국정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청문회에서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은 "자료 요청 외에는 쿠팡에 어떠한 지시·명령·허가를 한 사실이 없으며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면서 "쿠팡 대표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에 따른 위증죄로 고발해 달라"고 반박했다.
이날 로저스 임시대표는 '국가정보원은 쿠팡에 조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데 쿠팡 측은 어떤 답을 줄 것이냐'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한국 정부는 성공적으로 이 작전을 수행했다. 민간 기업과 정부가 같이 협력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고 답했다. 조사가 국정원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배 부총리는 "지난 25일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발족하는 날 3000여 개의 유출만 있었다는 (쿠팡 측의) 발표가 있었고, 청문회 전에 보상 방안이 발표됐다"며 "굉장히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배 부총리는 쿠팡 측이 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합동조사단이 160여 건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50여 건만 제출받은 상태이며, 정작 중요한 정보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 있어 명확한 사실 기반의 얘기만 해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보상 방안을 발표했어야 한다"고 했다.
로저스 임시대표는 개인정보를 유출한 중국인 전 직원의 범행 동기는 돈이 아니라 퇴사에 앙심을 품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는 '정보를 빼간 인물은 해당 데이터를 어떤 용도로 쓸 것이냐'는 질의에 "그의 의도는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퇴직당한 데에 앙심을 품고 회사에 보복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조사를 통해 그가 말한 내용을 확인했다. 그는 소규모의 데이터를 저장했고, 삭제 뒤 제3자와 공유하지 않았다"며 "용의자는 (빼돌린) 정보를 저장했지만, 다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고 삭제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선 로저스 임시대표의 '동문서답'도 되풀이됐다. 쿠팡 측은 앞서 '셀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조사했다는 잘못된 주장이 계속 제기돼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내용은 영문판 자료에서 '거짓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으로 표현됐다.
청문회 참석 의원들은 양일간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로저스 대표는 이날 영문 사과문에 쓰인 'false(거짓된)' 표현을 누가 작성했느냐는 질의에 "한국 정부는 성공적인 공동 노력에 대해 왜 이야기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논점에서 벗어난 답변을 했다.
한편, 이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민관 합동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의 영업 정지 처분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피해 회복 조치를 쿠팡이 적절히 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 필요하다면 영업 정지까지 처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피해와 납품업체 피해도 총체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