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최근 내놓은 개인정보 유출 고객 보상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피해 고객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한다면서 "전례 없는 보상안"이라고 자평했지만, 사실상 비(非)인기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무늬만 보상안', '매출을 높이려는 꼼수'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보상안은 쿠팡 로켓배송·로켓직구·마켓플레이스 전 상품(5000원), 쿠팡 이츠(5000원), 쿠팡 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 4가지 구매 이용권(총 5만원)으로 구성됐다. 현금성 보상이나 선택권이 있는 배상이 아닌 쿠팡 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때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쿠팡 명품 판매 플랫폼 알럭스에 입점한 주요 뷰티 브랜드. /쿠팡 홈페이지 캡처

이번 보상안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1조7000억원 규모다. 국내기업이 내놓은 역대 최대 소비자 피해 보상액이지만, 여론은 오히려 악화하는 분위기다. 전체 보상액 80%를 차지하는 쿠팡 트래블과 알럭스는 사용 빈도가 낮고, 고가 상품 중심이라 쿠폰을 쓰려면 추가 결제가 불가피한 탓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계속되고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알럭스, 트래블 있는지도 몰랐는데 끼워 팔기인가' '이용자 수 늘리려는 꼼수' '기대도 안 했지만 진정성이 전혀 없다' '무늬만 5만원 보상안이고 실제로는 1만원짜리'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알럭스는 쿠팡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명품 플랫폼으로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다. 럭셔리 뷰티, 패션 브랜드를 주로 판매하는 만큼, 상품 가격대도 높은 편이다. 이날 오후 12시 기준 이달의 인기 뷰티 상품 12종의 평균 가격은 약 7만원이다. 패션의 경우 금주의 인기 상품으로 수백만 원대 명품 가방, 패딩이 올라와 있다.

심지어 일부 상품은 다른 플랫폼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맥 글로우 플레이 텐더 토크 립밤(3만680원)은 현대H몰, 롯데온, 지마켓 등에서 2만6000~2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구찌 GG 마몽 미디엄 숄더백(376만1000원)은 지마켓, 11번가, 트렌비, LF몰 등에서 320만~340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쿠팡 트래블은 2010년 시작된 여행 상품 전문관으로, 프리미엄 서비스 출시 등으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쿠폰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숙박, 패키지, 항공 등 주요 상품 단가는 대부분 수십만 원 이상이고, 한도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건 박물관, 테마파크 입장권이나 프랜차이즈 모바일 상품권 정도다.

더욱이 이번 보상안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을 탈퇴한 고객에게도 적용될 예정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탈퇴한 고객은 쿠팡 재가입을 해야만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데, 피해 보상보다 고객 재유입, 계속 이용을 유도하는 이벤트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쿠팡이 보상안을 발표한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소비 촉진형 혜택 중심으로 설계돼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추가 구매, 재가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는 "보상이 아니라 국민 기만"이라며 "할인이 아니라 마케팅비 지출이며 이마저도 결국 매출 확대를 통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전날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도 보상안에 대한 질타가 이어진 가운데 쿠팡 측은 추가 보상안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상이 아니라 꼼수"라며 더 나은 보상안을 제시할 용의가 있는지 묻자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이번 보상안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