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및 불공정 거래, 노동 환경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한 국회 연석 청문회가 30~31일 열리는 가운데, 쿠팡의 '셀프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공방과 쿠팡 측이 제시한 보상안의 적절성 등에 대한 질의가 청문회 첫날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쿠팡은 자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이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국정원장, 로저스 임시대표 위증죄 고발 요청"

쿠팡은 이번 청문회에 앞서 지난 25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보 유출 피의자인 전 직원을 조사한 결과, 유출자가 탈취한 보안 키를 사용해 3300만 고객 계정의 기본적인 고객 정보에 접근했고, 약 3000개 계정의 고객 정보(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만 실제 저장한 뒤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이 모든 절차가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해당 조사의 과정과 결과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조사를 지시한 정부 부처가 어디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 "해당 기관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가정보원"이라고 답했다. 로저스 임시대표는 "그 기관은 저희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한국 법에 따라 사업적 요청은 구속력이 있다고 보고, 저희는 이 기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에 대해 "증거물들을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쿠팡의 실수로 인해 증거물들이 훼손되면 안 되고 분실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국정원이 그 부분을 도왔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도 "쿠팡은 정부 기관 지시를 받아 자체 조사를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차원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을 확인했을 때 정부의 어떤 기관도 쿠팡에 자체 조사를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최민희 과기정통위 위원장은 "국정원에서 청문회를 모니터링하던 중 국정원장으로부터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 건은 내일 청문회까지 마무리하고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지난 29일 발표한 구매이용권 보상안. /쿠팡 제공

◇ 추가 보상 논의에는 선 그은 쿠팡

쿠팡은 전날 발표한 고객 보상안에 대해서도 '전례 없는 규모'라고 자평하며 추가 보상 논의에 선을 그었다. 쿠팡은 지난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을 대상으로, 내년 1월 15일부터 1인당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 로켓·마켓플레이스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R.LUX) 상품(2만원) 등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보상안을 접한 소비자들 일각에선 "사실상 판촉 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쿠팡은 지난 2024년 10월 알럭스 출시 당시에도 알럭스를 통해 구매한 금액의 10%를 쿠팡캐시로 적립하는 판촉 행사를 진행하는 등 '서비스 끼워 팔기'를 시도한 이력이 있다.

이번 보상안에 대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상안 5만원 중 4만원은 고객들이 평소에 쓰지도 않는 자사 서비스인 알럭스와 쿠팡트래블 할인쿠폰"이라며 "명품을 취급하는 알럭스의 최저가 상품을 확인해보니 3만원이 넘는 양말이었다. 보상으로 지급한 쿠폰 2만원으로는 양말 한 짝도 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로저스 임시대표에게 ' 더 적극적인 보상안을 내놓을 계획이 있냐'고 질의했으나, 로저스 임시대표는 "우리가 내놓은 보상안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추가 보상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선 쿠팡의 과로사 문제에 대한 질의도 진행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장덕준씨를 언급했고, 로저스 임시대표는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과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시 쿠팡 측이 과로사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닌지에 대해서도 질의했으나, 로저스 임시 대표는 "아직 사안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번 청문회에선 쿠팡 전현직 임원 등 13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동생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