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고객 전원에게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지급한다는 보상안을 발표했으나, 소비자·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이 자사에서만 쓸 수 있는 이용권을 지급함으로써 '탈쿠팡'한 회원들의 복귀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매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트럭이 주차돼있다. /뉴스1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쿠팡의 보상안을 두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면피용 배상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쿠팡의 배상안이 "소비촉진형 혜택 중심으로 설계돼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에게 추가 구매 및 재가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이라며 "피해 회복보다 거래 관계의 유지·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또한 쿠팡이 탈퇴 고객까지 포함해 보상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협의회는 "소송·분쟁 조정에서의 법적 책임을 희석하기 위한 사전 포장에 활용될 소지가 크다"며 "대형 통신·카드사 유출 사건에서 1인당 10만~30만원 수준의 배상이 인정돼온 기존 흐름과 비교해 비판적으로 검증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를 향해 이번 사태를 중대 사건으로 인식하고 철저한 조사와 행정 처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역시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쿠팡이 또 다시 국민 기만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유료 멤버십 회원이 아닐 경우 이용권에 돈을 더 보태 상품을 사게 만드는 구조를 지적하며 "매출 확대를 위한 유인책에 지나지 않는다. 현금이나 현금성 가치의 보상이 아닌 이상 피해회복이 아니라 강제 소비에 불과하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5만원이라는 보상액을 여러 카테고리로 나눈 점을 두고 "실질적 가치와 선택권을 축소한 전형적인 보상 쪼개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할인이 아닌 마케팅비의 지출이다. 이마저도 결국 매출 확대를 통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게 어떻게 보상인가. 피해자 보상의 자리에 자사 신사업 홍보를 끼워넣은 윤리적 일탈"이라고 했다.

한편 쿠팡은 내년 1월 15일부터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약 3370만명에게 쿠팡 전 상품, 쿠팡이츠, 쿠팡트래블, 알럭스 등 4개 카테고리에서 사용 가능한 총 5만원의 이용권을 지급할 예정이다. 전체 보상 규모는 약 1조6850억원이다.